― 봄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
입춘이 지났다.
아직 바람은 차갑고, 아침 공기는 겨울의 습관을 쉽게 놓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안다.
이제 계절은 이미 방향을 틀었다는 것을.
입춘은 달력 위의 하루가 아니라
시간의 마음이 바뀌는 순간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땅속에서는 가장 먼저 봄이 몸을 풀고 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봄이 서는 날, 크게 길하라는 말.
그 말속에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괜찮아질 거라는 조용한 확신이 담겨 있다.
그리고 ‘건양다경(建陽多慶)’.
양기가 세워지고, 경사가 많아진다는 뜻.
햇볕이 조금씩 힘을 얻고
사람의 마음도 그 빛을 따라 일어선다는 말이다.
이 문장을 문설주에 붙이던 옛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그들은 아마도 완벽한 봄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추위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
어둠이 끝내는 물러난다는 것,
그 사실 하나면 충분했을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겨울은 언제나 생각보다 길고,
몸과 마음은 쉽게 지친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고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 멀리 온 것 같을 때가 많다.
하지만 입춘은 말해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아니, 이제 시작이라고.
큰 변화가 아니라도 괜찮다.
아주 작은 기대 하나,
하루를 버텨내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봄은 늘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온다.
입춘대길.
올해의 봄이 우리에게
큰 행운이 아니라도 좋으니
적어도 다시 걸어갈 힘을 주기를.
건양다경.
햇살이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웃을 이유가 하나쯤 늘어나는 계절이기를.
입춘이 지났다.
이제 봄소식은
이미 길 위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