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언제나 조용한 기쁨으로 다가온다.
조카의 대학 합격 소식을 들은 날,
내 마음에 아주 은근한 파동이 일었다.
큰 도움을 준 것도 아니고
옆에서 줄곧 챙긴 것도 아니지만
그 소식이 내 마음에 큰 울림으로 밀려왔다.
기쁨이란 게 원래 이렇게
소리도 없이, 아주 깊은 곳에서 퍼져 나오는 것인지 모른다.
조카를 바라보며
나는 자연스레 내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큰아이는 이미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배워가고 있고,
작은아이는 곧 입시라는 문을 두드리려 한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바라보는 일이었다.
한 걸음은 지금의 걸음이고
또 다른 한 걸음은 내일을 향한 기대이니까.
그래서였을까.
조카의 합격이 단순한 ‘축하할 일’이 아니라
내 삶 전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성장은
그 자신만의 기쁨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시간과 마음까지
모두 흔들어 놓는다.
그 흔들림이 고맙고,
또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조카의 삶에 크게 영향을 준 사람은 아니었다.
멀찍이서 바라보며
밥 한 끼 나누고 안부를 묻는 정도의 어른이었지만
그 사소한 관계가
생각보다 단단한 연결로 남아 있었다는 걸
오늘 새삼 알게 되었다.
간혹 이런 ‘거리 두어진 애정’이
가장 오래가는 응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응원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내 아이들에게로도 번져갔다.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에게,
또 이미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는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
무엇을 보여주며 어떤 마음을 남겨줄 수 있을까.
조카의 기쁜 소식을 들으며
나는 다시 아버지로서의 마음을
차분히 다잡게 되었다.
결국 조카의 합격은
내게도 작은 성장의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기쁨을 바라보며
내 마음의 오래된 조각들까지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알게 되었다.
기쁨은 종종 남의 이름을 빌려 오고,
그 기쁨은 또다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번져간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마음 깊이 따뜻한 날이다.
말없이 조용하지만
오래도록 기억될 것만 같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