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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Jun 28. 2022

“청소년, 그대들은 희망의 꽃이야!”

- KBS사회봉사단& 서포터즈이롬&강동구융복합복지네트워크 연합봉사

   “청소년, 그대들은 정말 멋지다. 왜냐하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고도 차분히 이해시켜 주어서 본인이 인정만 하게 되면 금방 행동이 바뀌기 때문이야.”


  ‘나사로 청소년의 집’ 박 원장이 했던 말이다. 이 말 한마디에서 나는 희망의 꽃봉오리를 보았다. 그리고 곧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송이 꽃으로 각자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며칠 동안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지난 6월 19일 일요일에 양주시 ‘나사로 청소년의 집’을 찾아서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을 만나고 왔다. 그곳이 어떤 시설인지 대강 짐작은 하였지만, 또 다른 그늘진 곳에서 여린 아이들  모습을 본 후 한동안 먹먹함이 남아 있고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여전히 들려온다. 천진난만한 아이들 모습에 조심스레 다가가 말 걸어보고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었지만, 그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방에서 닭갈비를 만들어 맛있는 점심 식사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여의치 못했다.     

 

  경기도 양주시 ‘나사로 청소년의 집’은 40여 명의 여성 청소년들이 머무는 보육원 같기도 하고 작은 기숙학교 같기도 한 곳이다. 즉, 법원에서 6호 처분을 받은 만 14세~19세 여자아이들이 이곳에서 6개월에서 최대 1년 동안 머문 후 가정이나 혹은 다른 시설, 아니면 사회에 나가서 자립해야 한다.


  ‘6호 처분’이란, 소년부 판사가 행을 저지른 소년에게 내리는 10가지 처분 중 아동복지법에 따른 시설이나 소년 보호시설에 감호 위탁하는 처분이다. 소년원에 송치될 정도는 아니고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지만, 돌봐 줄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나 교정이 필요한 아이들을 보호하는 민간기관이다.  

 번의  실수로 범법자로 몰린 청소년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법무부에서도 6호 시설을 통합관리하여야 한다.


"나 좀 봐 달라고,  나 힘들다고, 왜 몰라 보느냐고, 갈 곳이 없다고," 


소리없이 가슴을 치며 외치는 아이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전국 12곳 시설에  약 58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보호 받고 있다고 한다.  김혜수 주연 네플릭스  ‘소년심판’이 바로  6호 시설의 아이들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비행의 시작은 물론 가정이다. 가정 환경이 소년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나 다양한 선택  범행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이다. 환경이 나쁘다고 모두 범행을 저지르는 건 아니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함정을 만들어 빠뜨리게 하고 범죄자라는 굴레를 씌웠다.

그러나 우리는 소년들에게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줘야 한다. 처분은 본인 받지만, 그 범행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껴야 한다.


 나사로 청소년의 집 박 원장의 말에 의하면 시설에서 아이들이 나가더라도 또 다른 아이들이 금방 들어와서 40명이 항상 가득 찬다고 한다. 그만큼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아닌가? 대부분 80% 이상이 성 사건에 연루된 경험이 있어서 여성 원장과 여성 상담사와 함께 머무는 6개월 동안에 중•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하고 기술을 배우거나 자격증을 따기도 한단다.

     

  “도대체 저 녀석들이 무슨 사고를 친 거지?”, 궁금하겠지만, 대부분 가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피해당한 아이들이라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크다고 한다. 아이들을 버린 것이 부모 탓만도 아니다. 이 사회구조가 문제고,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과 그런 장소를 이용하는 사람들 문제가 더 크다. 어쩌다 학교에서 공부할 시기에 이곳에서 머무는 건지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프다. 또한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과연 몇 명이나 올바른 길을 제대로 걸어가게 될지도 걱정스럽다.


  이날 ‘강동융복합복지네트워크’와 ‘KBS사회봉사단’, ‘명견만리 서포터즈이룸’의 세 단체가 연합으로 협약을 맺고 나사로 청소년의 집을 찾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KBS사회봉사단 이정호 단장과 필자는 대구에서 코로나가 처음 시작되어 전 국민이 마스크 대란으로 약국 앞에 줄을 서서 구매하던 지난 2020년도에 천 마스크를 제작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잠실 정신여고와 마포 일성여고에서도 천 마스크를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서 어려운 시설에 전달하였다. 또한 대구에 있는 간호사회에도 일회용 마스크를 전달했는데, 불과 2년 전 이야기가 이제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로 전설처럼 남아 있다.


  그리고 명견만리 서포터즈이룸 대표인 최철 피디는 나사로 청소년의 집에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런 인연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위하여 맺어진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이제 노년기로 접어든 나이이니 나머지 인생은 자신을 위해서만 살겠노라고 선언한 이후 겨우 2년도 안 돼 또 새로운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거의 집에서 줌으로 강의와 메타버스로 여러 가지 인문학과 독서토론회를 하면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 봉사의 끈을 다시 잇게 되면서 봉사하지 않는 삶은 메마른 사막을 걷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강동융복합복지네트워크는 일명 ‘강복넷’으로 칭하는 강동구 연합봉사단체로 지난해부터 몇 명이 주축이 되어 창립 준비를 해왔으며, 이번에 봉사를 시작하면서 첫걸음마를 뗀 것이다. ‘강복넷’ 이순남 회장은 서울특별시 새마을부녀회장으로 6년의 임기를 마쳤고, 필자 역시 강동구 새마을부녀회장 6년 임기를 마쳤기 때문에 봉사의 여왕으로 손꼽을 만큼 봉사의 달인이다. 여기에 김동월 수석부회장은 40여 년간 구립어린이집 원장으로 너그럽고 푸근한 가슴으로 배려와 사랑이 넘치는 분이다. 그리고 윤양순 사무총장의 탁월한 업무 능력과 추진력으로 4인방이 주축이 되어 기둥을 세워가며 정말 열정이 넘치는 봉사단체를 구축해 가는 중이다. 아직은 약 100여 명 회원이 자비로 운영 중이라 맘껏 봉사활동을 펼치기가 어렵다.     


 이날 ‘나사로 청소년의 집’으로 강복넷 회원들 15명이 서울에서 양주까지 이동하였다. 이른 아침 ‘라이라이학교’ 어린이집 김미애 원장님이 미니버스를 직접 운전하여 주었다. 15명 회원들 대부분 처음 만난 회원들이라 서로 서먹했지만 무더운 날씨에 이범석 농부의 오이 농장에서 오이를 함께 따고 풀을 뽑으면서 금세 친해졌다. 그리고 일명 ‘어벤저스’팀인 김두진 회원, 철원에서 온 박병규 회원, 김연복 회원과 필자, 4명은 오이를 따고 나자마자 곧장 나사로 청소년의 집으로 이동해 점심 식사를 준비하면서 주방에서 많은 땀을 흘렸다. 큰 솥에 양념 닭갈비와 떡볶이를 익히면서 땀 범벅이 된 박병규 회원은 철원에서 오가며 참봉사를 많이 하는 새마을협의회 회원이다.

   KBS 사회봉사단 이정호 단장은 이날 아이들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 주었다. 위생용품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과일, 사랑의 쌀 등 청소년복지시설에 정성이 담긴 물품을 전달하였다. 이정호 단장님은 전국으로 다니면서 다양한 봉사하는 분으로서 마스크 대란 시 서독에 파견되었던 간호사들과 일본 등 해외교포에게도 많은 양의 마스크를 전달하였으며, 김장김치를 담가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며 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는 진정한 봉사인이다.


  최철 피디는 서포터즈이룸 대표로 KBS 명견만리로 알려져 있는 외주 피디다. 그의 나이 마흔두 살, 장가도 안 가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참 봉사인이다. 아이들 눈빛이 아른거려 8년째 나사로 청소년의 집을 찾는다는 최 피디를 보면서 그와 동참하고 싶어졌다. 그는 매달 셋째 일요일마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손수 만들어 주고, 아이들과 함께 피구도 하고, 생일 파티와 퇴소 축하 파티를 해주면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의 꿈은 오로지 이런 아이들이 퇴소 후에 기술을 배우고 다시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장소를 구하는 것이라 한다. 현재 어느 기부자의 도움으로 건물만 얻으면 시설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후원금은 구했다는데 건물을 제공해 줄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단다. 그래서 지난 대선 후보와 모 시장에게 손을 내밀어 보았지만 깜깜한 상태라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 시설의 운영상 문제점이 많다. 우선 민간에서 운영하다 보니 지방분권화로 인해 예산 편성이 어렵단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해 주어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시의원들은 왜 자기 지역에서 발생하는 아이들도 아닌데 지자체에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느냐고 한단다. 아이들은 시설에서 빨리 나가고 싶어 하지만, 막상 딱히 일자리를 구하거나 기댈 곳이 없어 다시 성매매 늪으로 빠져들기 쉽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철 피디는 예전에 KBS에서 음식 프로를 진행하여서 제법 음식에 대한 식견도 많아 우리에게 닭갈비 재료를 준비해 주고 만들어 달라 하였다. 그가 이름 지어준 ‘어벤저스’팀 4인방은 곧장 주방에 들어가 서둘러 닭갈비 요리를 시작하였다. 60인분의 닭갈비를 만들어 냄비에 담아 4인 테이블에서 아이들이 직접 익혀 먹도록 닭갈비, 떡, 채소, 당면, 치즈 등 재료를 곁들였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조심스레 아이들 다가가 맛있게 먹으라며 말도 건네 보았는데 여전히 사춘기 소녀들 풋풋한 마음 그대로다.


  “저 몇 살로 보여요?” 어떤 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 주었다. “으음~ 열여섯?”하고 대답하게 된 것은 그곳 아이들이 14세에서 만 19세까지라서 대략 16세일 거라는 추측으로 대답한 것인데, 아이는 화색이 돌면서 자기 나이가 20세(만19세)라면서 좋아하였다. 아직 20세도 어린데 더 어리고 싶어 하는 아이의 심리상태가 궁금하였다. 그런데 옆 테이블로 옮기자 또 어떤 아이가 자기 나이를 물어보았다. “열네 살쯤 보이는 데 아냐?” 하고 물어보니, 역시 좋아서 펄쩍 뛰며 자기는 열다섯이란다. 이렇게 철없는 소녀들에게 우리는 비행 청소년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놓았다.


  점심 식사를 닭갈비로 마친 청소년들이 서포터즈 봉사단과 함께 피구를 하는 동안 어벤저스 팀은 농장에서 직접 따 온 오이를 200개를 썰어서 오이소박이를 담갔다. 커다란 통으로 4통이나 만들었지만, 그것은 겨우 4일 먹을 양이라니, 매끼 식사 준비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점심 식사도 하지 못하고 다시 ‘진이네 떡볶이’ 맛집 대표 김두진 회원의 솜씨로 간식을 준비하였다.


  아이들이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시작한 생일 파티와 퇴소 축하 파티를 열었다. 마침 2명이 생일이었고, 2명이 퇴소를 하는 날이라서 케이크를 놓고 축하 노래를 해주었다.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하는 내내 앞자리에 앉은 체구가 조그맣고 눈동자가 새카맣고 예쁜 아이는 웃음을 잃고 넋이 나간 무표정이었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저리도 웃음을 잃었는지 안쓰러웠다. 한참을 망설이다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넌 눈이 정말로 예뻐, 어쩌면 그리 맑고 깨끗한 눈빛을 가졌니?”라고 말을 하자, “고맙습니다.”라고 모기만 한 소리로 답례를 하였다. 마침 옆자리에 앉은 아이는 이름을 물어보자 대답을 하면서 묻는 말에 대답도 잘하고 쾌활하였다. 몇 번째 생일이냐고 물어보니 16번째 생일이라면서 89일 남았단다. 퇴소 후 어디로 갈 거냐고 물어보니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착하고 예쁜 딸아, 희망을 잃지 말고 집에 가서도 열심히 살아야지. 선생님이 작가인데 원장님에게 책을 좀 전달해 놨으니 틈나는대로 꼭 읽어봐”라고 말하니 그러겠다고 대답하였다. 겨우 몇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우리 딸”들이라고 칭하여 주었지만,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두운 표정이 나를 자꾸 그곳으로 가야만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최철 피디- 서포터즈이롬 대표>                                                         오이농장

                          <최철 피디와 함께 오이 농장에서 강복넷 회원들>


  최철 피디는 아이들을 위해서 함께 지속적 봉사를 해 달라고 몇 번이고 간절한 부탁을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도 저도 대답을 하지 못할 상황이다. 우선 봉사단 구성이 아직 미흡하고 후원할 자금도 부족한 데다가 당일 4명이 주방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던지,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우리처럼 주방일에 능숙한 봉사자가 필요하고 지속적인 봉사를 함께 할 궁리를 하기 위해 우선 박병규 회원과 김두진 회원은 자진해서 매달 가서 떡볶이 봉사를 하겠다고 한다.


  금번 KBS 사회봉사단과 서포터즈이롬과 강동구융합복지네트워크의 연합봉사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시작이 반이라는 옛말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예쁜 우리 꽃봉오리들이 고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따스한 엄마 손맛인 식사 한 끼 챙겨주어, 잠시라도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엄마 역할을 해주고 싶다.


====초상권 때문에 현장 아이들 사진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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