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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Aug 01. 2022

환승의 법칙

-자작시




환승의 법칙


                           한상림


바통을 터치하는 순간

은밀한 감정이 교차한다

푸른빛을 거둔 저녁 하늘이

노을을 풀어가며

두 개의 표정을 짓는다

우리는 치밀한 저 환승을 무심코 지나친다

변함없이 반복되는 밤과 낮,

철저한 두 원칙이 진행되는 극치의 순간이다

표정 없이 그저 바라만 보던 사람

머뭇거리다가 먼 곳으로 떠밀려 가기도 했다

환승역을 지나치거나

거꾸로 가고 있는 이들은 떠돌이별이 되어

이름 없는 행성인으로 떠돈다

조용히 물러서서

제때 다시 찾아오는 엄숙한 교대를

바라보면 알 수 있다

원칙을 무시하고 아무 곳에서 갈아타면

환승지점을 놓치고 만다는 것을,

좋아하던 남녀도 어느 한쪽에서

마음을 갈아타는 순간

사랑도 깨지고 만다는 것을

이제, 환승역에서

손에 꼭 쥐고 온 티켓 한 장

체크기에 긋고

어둠의 터널을 곧장 빠져나가야 한다



7년 전 어느 날,

대전에서 서울로 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내다본 초저녁이었다.

좀 전까지 서쪽 산 정상에서 줄타기하며 산 능선을 오르내리던 저녁 해가 사라지고 나더니

도로의 긴 행렬이 불빛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었다.

잠시 눈을 감고 깜빡 졸고 났더니, 그새 낮과 밤이 교대를 하였던 것이다.


마치 수문장이 교대식을 하는 거처럼

노을은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고, 낮이 서서히 물러가더니 드디어 밤이 된 것이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밤과 낮으로 어김없이 환승을 하는데  환승역을 단 한번도 놓친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걸핏하면 환승역을 놓치거나 잘못 갈아타는 순간 목적지를 잃고 만다.


사랑도 환승을 잘못하면 깨지듯,

환승을 할 때에는 죽음이라는 종착역까지 원칙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가야만 한다.


환승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승의 법칙을 우리는 전혀 모르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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