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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Feb 04. 2023

하늘 무덤 외 1편

-한상림 자작시

하늘 무덤


   한상림

산에 무덤이 많은 건
나무와 새와 꽃이 숲에서 태어나
숲에 묻히기 때문이다

강과 바다에도 무덤이 많다
갖가지 돌멩이는 강의 무덤이고
크고 작은 파도는 바다의 무덤이다
그러나 허공에는 무덤이 없다


그것은 한곳에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고
흩어졌다 몰려오는 먹구름이 한바탕 소나기를 뿌린 후
띄워놓은 무지개 때문이다

무지개 너머 하늘가에
사람꽃이 활짝 피어 있다

 




포식과 굶주림의 차이

      한상림

가뭄에 줄어든 웅덩이는
악어에겐 잘 차려놓은 밥상이다

바닥을 보이며 빠져나가는 물과
빠져나가려는 물을 가두려는 웅덩이에서
억척스레 뿌연 젖을 물고 있는 물고기들

흙탕물을 뒤집어쓴 팽팽한 생과 사

한때 넘치던 강줄기가 말라가고
물길 따라 수백 킬로미터 거슬러 온 물고기들의
마지막 안식처에서
숨 고를 틈 없는 긴장감이 서로를 끌어당긴다

벌건 송곳니를 드러낸
배고픈 악어의 검은 입 속으로 맥없이 빨려 들어가며
파닥거리는 물고기들


불룩한 배를 질질 끌고
유유히 늪으로 빠져나가는 악어의 눈망울에
맺히는 거짓 눈물

문학과 창작 2022

 겨울호에 실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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