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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Mar 27. 2023

아나바다 운동의 주역은 주부

-한상림 칼럼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 말씀이 떠오른다. 사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고, 많은 옷을 입고,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사는지? 그리고 그 비용은 얼마나 많으며, 쓰레기는 얼마나 발생하는지?  

   

세계 경제의 불황에 맞서 한국 경제도 1997년도 IMF(국제통화기금)의 위기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이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 안보”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국민마저 두 목소리를 내니 갈수록 커지는 서민들 고통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국민이 가장 힘들다. 한국은 어렵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지만, 국제행복의 날 발표한 행복 순위는 세계 137개국 중 57위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는 끝에서 4번째며, 한국보다 행복 점수가 낮은 나라는 3개국뿐이라고 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한국전쟁 후 가장 취약한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에서 배고픔을 참아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마음으로 씩씩하게 견뎌냈다. 자식에게만은 같은 고통을 주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노력이 있었다. 당시에는 아이도 많이 낳아 옷을 물려 입고, 하루 세끼 중 2끼로 끼니를 잇기도 하였다. 아무리 절약하려 해도 더 이상 절약할 게 없는 상황에서 70년대의 새마을 운동으로 가난을 극복하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발생하는 쓰레기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기후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산불, 홍수, 가뭄 등 인류 멸망에 대한 위협을 우리도 외면할 수 없다. 식량 위기와 식수 부족과 기아와 질병을 겪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과 에너지 문제까지 악조건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자칫 제2의 IMF 상황이 오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누구도 피하지 못한다. 따라서 경제의 위기를 기회로 잡기 위해서 지금부터 대비해야만 한다.     


1997년도 IMF 금융위기 때에는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과 더불어 ‘아나바다운동’을 벌였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 운동이야 말고 획기적인 캠페인이 되어 전국에서 벼룩시장을 열거나 재활용품 판매하는 가게가 늘어났던 시기다.   그 당시 아나바다 운동의 주역은 주부들이었다.


30여 년 전과 오늘날 공통점은 경제 악화의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시 ‘아나바다운동’을 부활시켜야 한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서 어려운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 물론 요즘에도 그와 비슷한 앱 마켓의 하나로 ‘당근마켓’이 생겨서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당근마켓에 내놓는 중고품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필요하여 구매하여 사용하다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나 구매해 놓고 사용하지 않은 중고품들을 사진을 찍고 설명글을 넣어서 앱 마켓에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가까운 근처에 내놓은 상품들을 골라서 직접 판매자를 만나서 주고받는다.     


아껴 쓰고 나눠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게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즘 홈쇼핑에서 대량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전에는 세제류나 화장지를 하나씩 구매해서 다 쓴 후에 떨어지면 다시 마트에 가서 필요한 만큼 구매했는데, 지금은 한꺼번에 1년 이상 사용할 분량을 쌓아놓기 일쑤이다. 그래야 가격도 좀 싸고, 배송비도 안 들어가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대량 구매하는 걸 당연시하게 되었다.  

   

자동차나 가구, 가전제품, 휴대폰도 신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늘 새것만 고집한다. 대부분 남이 쓰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중고품보다 신제품이 좋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욕심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과 쓰레기 문제까지 떠안게 되는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자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생산자야 소비자의 구매 욕구에 맞춰 신제품 개발이 당연하지만, 소비자들이 먼저 새것만을 고집하는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중고품은 점점 쌓여가고 쓰레기 발생이 늘어날 것이다.     


이제는 나이 듦에 따라서 점점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때가 많다. 심지어 스마트폰 속에 담겨있는 사진들마저도 무거워 보인다.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누군가의 기기 소게 내 사진이 담겨있어서 지워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인스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카페 앨범 등등, 우리 모습이 너무 많이 공개돼 있어서 되도록 꼭 필요한 단체 사진이 아니면 풍경 사진 외에는 개인 사진을 올리는 것도 조심스럽다.   

  

헨리 데이빗 소로는 자연과 고독과 시간을 찾아 2년 2개월 동안 윌든 호숫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다. 생활은 간결하게, 자연은 풍요롭게, 간소하게 살기 위해 편리한 도구를 멀리하였다. 문명의 이기 혜택을 누리며 사는 현대인들이 편리한 도구를 멀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도구는 편리한 삶을 위해 만든 것이니 잘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너무나 편리함만을 추구하다 보면 인간의 욕구는 점점 더 편리함을 추구하고 새것만을 고집하게 된다.     


법정 스님은 ‘소유의 관념이 때로는 우리의 눈을 멀게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언젠가 갈 때는 누구나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천년만년 살 거처럼 마구 쓰고 버리고 새로 구매하면서 사는 건 아닌지?     


한때는 없어서 이용하지 못한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넘쳐나서 주체하지 못하여 버리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절약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저 꼭 필요한 것만큼 구매하여 먹고 입고 쓰면서 그래도 남으면 이웃과 나눌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 아닐까?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들만 갖는다면 단순한 방식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고물가 시대에 절약한다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할 것인가?’하고 물었을 때, 대부분 외식비와 식료품비, 의류비, 문화 여가비 순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물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이 주부들이다. 공공요금은 물론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 보면 육류, 생선, 야채, 과일 등을 선뜻 고르기조차 머뭇거려진다. 잘 사는 사람들이야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을 테지만, 서민들에게는 크게 부담을 주는 경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아껴 쓰고, 나눠 주고, 바꿔 쓰고, 다시 써야 하는 것이 서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넉넉하게 가진 사람들은 부족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베풂을 실천하는 미덕으로 지구 환경도 지키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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