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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May 27. 2023

에스컬레이터

-자작시

에스컬레이터


한상림


주름으로 길을 내는 검은 길이 있어요

심장이 뛰는 속도는 같아도

길을 내는 각도는 그때그때 달라요

수직으로 뻗어 놓은 두 개의 길은

각자 반대 방향으로 오르내리지요

검은 혀를 길게 내밀어 봐도

서로의 심장을 핥을 수 없어

그냥 종일 맴도는 건가요

허공에다 수직으로 칼 몸을 세우고

앞머리를 최대한 앞으로 쭉 내밀어봐요

삐걱대는 척추의 주름을 밟고 올라선 사람들은

모를 일이지요, 그냥 스마트폰만 바라봐요

성질 급한 사람이 거꾸로 달리다가 넘어져도 멈추지 못해요

숨 가쁜 긴 터널을 빠져나와 가슴을 쑥 내밀면

평평한 길이 되고, 어둠 속을 한 바퀴 빙 돌아서

ㄱ자 계단을 세우는 주름으로 길을 내는 검은 바닥,

그 길 위를 걸어가는 수많은 발자국과 무게를 헤아리다

태아처럼 웅크려 옆으로 누워 보려 해도

포개지지 않는 S컬들,

언젠쯤 화성까지 닿을 수 있을까요

주름을 만들며 건물 안에서 종일 맴돌고 있어요


<이미지 출처-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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