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한상림
주름으로 길을 내는 검은 길이 있어요
심장이 뛰는 속도는 같아도
길을 내는 각도는 그때그때 달라요
수직으로 뻗어 놓은 두 개의 길은
각자 반대 방향으로 오르내리지요
검은 혀를 길게 내밀어 봐도
서로의 심장을 핥을 수 없어
그냥 종일 맴도는 건가요
허공에다 수직으로 칼 몸을 세우고
앞머리를 최대한 앞으로 쭉 내밀어봐요
삐걱대는 척추의 주름을 밟고 올라선 사람들은
모를 일이지요, 그냥 스마트폰만 바라봐요
성질 급한 사람이 거꾸로 달리다가 넘어져도 멈추지 못해요
숨 가쁜 긴 터널을 빠져나와 가슴을 쑥 내밀면
평평한 길이 되고, 어둠 속을 한 바퀴 빙 돌아서
ㄱ자 계단을 세우는 주름으로 길을 내는 검은 바닥,
그 길 위를 걸어가는 수많은 발자국과 무게를 헤아리다
태아처럼 웅크려 옆으로 누워 보려 해도
포개지지 않는 S컬들,
언젠쯤 화성까지 닿을 수 있을까요
주름을 만들며 건물 안에서 종일 맴돌고 있어요
<이미지 출처-다음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