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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Jul 14. 2023

천일염 품귀 현상은 불신감 때문이다

한상림 칼럼

102번째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소금값이 터무니없이 뛰었다. 예전에 20kg에 1만 5천 원 정도 하던 천일염이 4만 원에서 7만 원 정도로 올랐다. 지난 2011년에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도 93% 오른 적이 있다.


당시와 같은 상황으로 그 후 별일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재기 현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간수 뺀 묵은 소금은 금값으로 판매할 소금이 없어서 상인들은 울상이다. 곧 햇소금이 출하할 예정이지만, 장마철로 들어서면서 햇소금값 역시 예전보다는 싸게 판매되지는 않을 거다.


한편으로는 김장철에 절임 배추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부의 입장으로 혹시 절임 배춧값 역시 소금값 영향으로 너무 많이 오르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아니면 값이 저렴한 중국산 소금으로 절일까 봐 국내산 천일염으로 직접 절여서 김장 김치를 담가야 하지 않나 걱정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당시에도 식용유와 밀가루값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하여 사재기 현상이 일시적으로 일어났다. 하루하루 값이 오르는 물가의 불안함에 주부들의 사재기 소비심리를 나무랄 수만은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소금은 모든 음식에 사용하는 필수 식재료에다 유통기한 상관없이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소금 품귀 현상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를 덜어주기 위해 천일염 400톤을 1포대 당 3만 원에 공급하였지만, 줄을 서서 사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는 못했다.


가정에서야 20kg 한 포대만 가져도 몇 년은 먹을 수 있어 그다지 걱정은 덜 하지만, 요식업소에서는 많은 양을 사용하니 큰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다 소금으로 만드는 액젓이나 젓갈값까지 덩달아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도록 정치권에서 정쟁으로 일삼아 떠들면서 국민의 불안심리를 키우기 때문이다. 믿음이 없는 사회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국민은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하나?


여와 야가 대립하면서 싸우는 동안 사재기 현상으로 소금값은 올랐고, 거기에 중간 도매인들의 매점매석으로 소비자만 골탕 먹게 된다. 결국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불신감이다. 여와 야가 서로 협력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하는 건 뒷전이다. ‘똥 발언’인 야에 맞서 여의 ‘수조 물 찍먹’까지 마치 코미디를 보는 듯 해프닝까지 벌였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를 위하여 겨냥한 행위인지 의문스럽다. 국민의 대변인 역할을 해 주고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줘야 할 정가에서는 국민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서로 표 얻기 위해 급급한 다툼과 발언으로 국민만 혼란스럽다.


소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짠맛을 내는 대표 식품이다. 사람은 소금 없이 살 수 없다. 성경에도 빛과 소금과 같은 사람이 돼라 하였다.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소금처럼 짜고 변하지 않는 영근 맛을 내는 말을 골라서 해야 한다. 맹물 같은 일회성 싱거운 말 내뱉고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언행에 혐오감이 생긴다.


IAEA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부합하다는 최종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마저도 믿을 수 없다 맞서는 야당과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당분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겠다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정부 입장 모두를 고려해 보자. 국민 입장으로는 명쾌한 정답을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이도 저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네 탓 vs 내 탓’, 서로 상대를 탓하는 공방만 하지 말고, 상대 당 모습을 인정할 수 있는 건 인정하고, 수렴할 수 있는 것은 수렴해 줄 수 있는 여백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수긍할 수 있는 발언을 한다면, 서로의 쓴소리도 국민은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제발 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언행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또한 국민은 조바심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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