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신문 7월 27일자에 2010년도에 캄보디아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쓴 시가 실렸답니다.
오랜 풍경 하나 한상림 우기의 톤레샵 바다호수는
휘뿌연 몸을 살찌운다 만삭의 바다호수가 출렁댈때면 하늘은 스스로 낮아진다 하늘 가까이 배를 띄우고 살아가는 순하디 순한 눈빛을 가진 사람들에게 손 흔드는 사이 낡은 배 한 척이 바짝 다가왔다 원피스를 입은 여자 아이가 인형극 속의 검은 인형처럼 배 위로 톡 튀어 올라 창문을 두드리며 몽키바나나 한 송이를 내민다 “기브 미 완 달라, 완달라” 저 만치 구멍 난 배 위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아빠가 찌그러진 양푼으로 물을 퍼내며 검지 하나를 편 딸 아이를 올려다 본다 그 옆에는 커다란 물뱀이 맥없이 널브러져 있고 물 뱀 옆에 앉아있는 작은 딸 아이에게 과자봉지 두 개를 건네주자 양손으로 움켜쥐고는 진저리치며 웃는다 그러다 만지작거리던 과자봉지를 아빠에게 내민다 노를 저어대던 아빠가 까맣게 그을린 팔을 길게 뻗었다 아빠를 먼저 챙기려는 아이를 무심코 바라보는데 한 손으론 노를 젓고 다른 한 손으론 과자봉지를 물어뜯어 딸아이의 입에 밀어 넣는다 어디선가 낯익은 오래된 풍경처럼 나는 배에서 멀어지기 시작하였고, 그 순간까지 아빠도 딸아이들도 물뱀도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단지 푸른 하늘만이 호수의 물살을 따라 출렁출렁 수평을 맞춰가려 기울어지고 있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