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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Aug 13. 2023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 사용 이대로 괜찮을까

-한상림 칼럼

      

  얼마 전에 싱크대 배수관이 막혀 수리업자를 불러서 뚫었다. 오래된 배수관이라서인지 가끔 역류해 흘러넘쳐 긴급조치를 하여도 다시 또 막히곤 하였다. 근본적인 문제를 찾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뚫어봐야 마찬가지라 큰 맘을 먹고 수리업체에 의뢰하여 뚫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 내시경 카메라로 배수관을 들여다보니 오래된 기름때가 달라붙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아 전기 그라인더로 갈아가면서 물로 씻어낸 것이다.


  수리기사의 말에 의하면 기름때도 오래 사용하면 달라붙어 하수관을 막히게 하는데 요즘은 음식물 분쇄기 사용으로 인하여 더 많이 막힌다고 하였다. 심지어 뚫은 지 한 달도 안 돼서 다시 또 서비스를 의뢰하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 사용으로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양이 9억 3,000톤이 되고, 우리나라에서 연간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양이 6,000만 톤이라 한다. 우리나라 식품 총소비량이 3,200만 톤이라면 약 18% 정도가 쓰레기로 버려지는 거다.


  지금도 지구촌에서는 식량이 부족하여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고 기아로 허덕이는 아이들을 T.V에서 볼 때마다 왜 이리 세상이 불공평한가 하는 안타까움이 많다. 하기는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이후 식량이 부족하여 끼니를 거르거나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일제 강점기 때 보릿고개를 넘기다가 한국전쟁 이후 식량난은 더 심해져 보리 혼식을 하라고 도시락 검사를 하기도 하였었다.


 1970년도 초 필자의 중학교 같은 반인 친구가 고아원에서 도시락을 싸주지 못하여 점심시간에 수돗물을 마시면서 허기를 달랬던 모습을 생각하면 가끔 그 친구 어디서 사는지 보고 싶고 그립다. 그러다 새마을운동으로 인하여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한 전 국민의 노력으로 배고픔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런 배고픈 시절 이야기를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어도 실감하지 못하고 동화 속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으로는 땅에 묻거나 퇴비를 만들거나 분쇄하여 하수도를 흘려보내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하나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그렇다고 뾰족한 처리 방법도 없다. 매립을 하게 되면 메탄가스가 발생하여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토양을 오염시킨다. 또한 건조하여 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역시 에너지 소비와 함께 처리 과정의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적 손실이 크다.


하수도로 분쇄하여 버리면 하수관이 자주 막히는 건 물론이고 하수도로 흘러간 음식물 찌꺼기가 강물로 흘러가서 물을 오염시킨다. 이렇게 우리가 식량을 만들고 먹고 버려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이 지구를 죽이고 있다.


  식량난이 심각한 마당에 식량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버려지는 쓰레기 처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우리나라에서 연간 20조가 들어간다. 되도록 음식은 먹을 만큼만 적절히 만들어 먹고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물 분쇄기 혹은 디스포즈라고 하는 싱크대에서 갈아서 수돗물과 함께 하수도로 보내버리는 방식을 원래는 금지하다 2013년도에 다시 허용되어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국민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보급한 것이지만 건더기의 20%만 내려보내고 80%는 빼내서 다시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하라 한 것이었다.


  그러나 불법 기계가 기승을 부리고 있. 즉 거름망을 설치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실제 가정에서 거름망을 빼버리고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일이 각 가정에 들어가 단속하기 쉽지 않아서 무방비 상태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규제를 원상 복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 제조업체들이 많지만, 환경을 생각해서 다른 대체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새로운 기기를 만들어 사용하지만,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환경 문제를 우선 더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한 줄이도록 국민 모두 노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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