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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Jun 10. 2024

기업의 출산 장려, 나비효과로

-한상림 칼럼

  최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직원들에게 베푼 출생장려금 1억에 대한 소식이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1억이란 큰돈을 쪼개서 주는 것이 아니라 목돈으로 통장에 넣어주기 때문에 연봉 1억이 안 되는 사원들이 받는 선물로는 그보다 큰 선물은 없을 것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출산 자녀 예상을 ‘합계출산율’이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로 OECD 38개 회원국 중 꼴찌로 인구 쇼크 상태이다. 이는 전시 상황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출산율이다. 반면에 정부의 대응 예산도 최하위권이다. 이는 여러 가지 원인 중 일과 가정생활 양립으로 결혼 적령기도 늦춰지고 막상 결혼 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딩크(DINK)족의 영향 때문이다. 하물며 지난해에 반려동물 유모차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상이다.


  ‘딩크족’이란 Double Income, No kids의 앞 글자를 딴 말로 정상적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뜻한다. 현재 2~30대 절반 이상이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 한다. 예전엔 가장인 남자 혼자 벌어 살면서도 당연히 아이는 낳아야 하는 거로 알았다. 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좋은 환경과 여건에서 맞벌이로 돈을 벌면서도 아이 낳기를 기피하고 있다. 그것은 왜일까?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나 먹고 살기에도 급급한데 출산까지 해야 하나?’하고 망설인다. 또한 자녀 출산과 동시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고, 양육비로 인해 생활비는 두세 배 이상 더 들기 때문에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청년층 출산 기피 현상으로 20대 고용률이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불안한 현실에서 결혼자금 부족과 아울러 결혼과 자녀 교육 자금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들의 사고는 어려운 경제력을 자식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자녀 양육이 여성에게만 치중된 부정적인 사고도 결혼 후 딩크족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마침 대기업에서 직원들에게 1인 자녀 출산 시 1억 원을 지원해 준다니 신선한 충격이다. 이렇게 지급된 출산장려금이 지난 3년 동안 약 70억 원이라 한다. 이중근 회장에게 언제까지 이렇게 통 큰 기부를 할 것인가 하고 물었더니, 출산율 목표가 1.5까지 도달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하였다.


  기부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위하여 먼저 내미는 마음이 중요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기업에서 먼저 앞으로 출산 장려를 위해 하겠다고 구체적 실천 사항을 세워서 첫걸음을 떼었다. 비록 부영그룹에서 시작한 기부문화가 저출생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지만 이번 사례로 국내 재계에서도 릴레이로 이어간다면 출산율 증가에 커다란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MZ세대의 사고도 변화해야 한다. 당장 힘들어서 엄두가 안 나니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식 농사는 때가 있는 법이고, 시기가 지나고 나면 후회한들 거꾸로 돌아갈 수 없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얻는 행복감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기쁨이고 꽃이다. 따라서 아이를 낳아 아이에게 제공하는 장기적인 인적 투자야말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산업인력의 주역이 될 꿈나무에 대한 투자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 예상은 0.65로 점점 더 떨어지고 있으니 저출산 쇼크에 대하여 정부의 대응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육아 휴직제도와 부부 공동 문화로 ‘아빠 육아 의무 휴직’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대기업과 공기업. 공무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기업 등으로도 확대되어야 한다.


  비록 부영기업에서 시작된 출산 장려 지원이지만, 나비효과로 커다란 선풍을 일으켜 우리나라 저출생 그늘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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