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림 칼럼
언제부터 우리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서로를 모르게 되었을까?
옆집에 누가 사는지, 며칠째 불이 꺼진 집은 없는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낸다. 바쁜 일상에서 이웃은 점점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4·50대 중년 남성의 고독사가 증가하는 요즘, 소외된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동네 안에는 이웃을 살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자원봉사캠프에서 활동하는 주민 봉사자들이다. 이들은 매주 정해진 시간에 모여 반찬을 만들고, 안부 전화를 걸며, 골목을 한 바퀴 돌아본다. 행동은 크지 않고 요란하지 않다. 다만 “괜찮으신지 한 번 더 묻고 살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실천이다. 이 평범한 주민들의 모임이 바로 자원봉사캠프다.
자원봉사캠프는 동 단위에서 주민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는 생활 밀착형 봉사 조직이다. 행정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조직은 아니지만, 자치구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활동하며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다. 캠프에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은 1365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기록·인정되어 주민의 자율성과 제도적 신뢰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이룬다.
캠프의 활동은 각 동네의 사정에 따라 다양하다. 홀몸 어르신을 위한 반찬 나눔과 말벗 봉사, 마을 환경 정비, 소규모 나눔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중요한 것은 활동의 규모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자원봉사캠프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일상에서 관계를 이어가는 봉사 모델이다. 자원봉사캠프의 진짜 가치는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도움을 받던 이웃이 다시 봉사자로 참여하고, 고립되어 있던 사람이 마을의 일원으로 연결된다. 그렇게 마을 안에는 다시 사람 사이의 온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봉사는 흔히 여유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자원봉사캠프에서 만나는 이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주민들이다. 일과 가정을 돌보는 틈 사이에서 동네를 살핀다. 그 작은 실천들이 모여 마을의 분위기를 바꾸고 공동체를 다시 숨 쉬게 한다.
현재 서울시에는 약 300개 동에서 자원봉사캠프가 운영되고 있으며, 2005년부터 동 단위 주민 봉사활동의 거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움도 적지 않다. 거리 두기를 통하여 직접 대면할 수 없어서 자원봉사활동이 위축되고 활동가가 많이 줄어들었다. 또한 사회 경제적인 불안으로 봉사보다는 돈벌이를 우선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봉사자 확보, 운영 인력과 리더 부족, 재정과 자원 문제,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사람·재정·구조’라는 세 가지 과제로 압축할 수 있다. 결국은 이웃과의 관계와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SNS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지역 내 홍보와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봉사자가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보람과 가치를 체감하게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봉사 시간 적립을 통한 상호 돌봄 체계, 차세대봉사 리더 양성, 환경·돌봄·디지털 등 주제별 프로그램 운영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결국 자원봉사캠프의 지속 가능성은 얼마나 많은 사업을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봉사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사회와 행정, 민간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자원봉사캠프가 주민의 일상에서 살아 움직이는 동네 봉사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립과 단절의 문제도 조금씩 풀려갈 수 있을 것이다.
봉사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 동네, 우리가 사는 골목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