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랑 나랑

안하무인법(眼下無人法)

-광복절에 쓴 자작시 2편

by 한상림

眼下無人法


한상림



61주년 광복절 아침, 고이즈미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한다 지하에서

박수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고 태평양의 억울한 영혼들 부글부글 끓어 넘쳤다

평화와 전쟁, 두 얼굴 가진 야수쿠니, 귀머거리 고이즈미가 이웃과 우호관계를

꾀하고 싶다는 발언을 슬며시 흘리자, 그의 신발이 귀를 쫑긋 세우며

한.중 눈치를 본다 아시안인들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고이즈미에게 긴급 체포

영장 발급. '고이'얀 노무시키 '즈'그들 '미'련하다는 건 아르시카 모르시카.



" 眼下無人法"

이 시는 2008년도에 광복 61주년이던 광복절에 쓴 시로 첫 번째 시집인 <따뜻한 쉼표>에 실린 시 중 한 편이다. 광복절을 맞이하여 문득 이 시를 썼던 기억이 나서 브런치 창으로 소환해 보았다.




늙은 광부


한상림



그는 날마다 노다지를 캐러간다

큰 애야, 얼렁 와 금 캐러 가자

갱도를 빠져나오지 못한 석탄 같은 시간의 촉수

정지된 그의 캄캄한 기억들이

어둠 속에서 그의 머리채를 잡아끈다

곡괭이 삽질소리가 그의 심장을 쪼아대면

이따금 어둠 속에서 전동차 바퀴소리 굴러오고

혼자만 아는 구석에 숨겨 둔 은밀한 금덩이를 캐러

매일 아침 치쿠호오 탄광으로 간다

고물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엇나간 재생음처럼

잃어버린 시간들이 자꾸만 노인을 끌고 다닌다

어눌한 삶의 흐릿한 기억들

그는 아직 치쿠호오 광산 광부로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전화기에 대고 아들에게 외치는 소리

얼렁 오라니까, 뭐하냐, 금 캐러 가야지

비 그친 창살에 햇살 놀던 어느 날

치매 요양원 창살에 매달린 영롱한 물방울들이

금빛으로 출렁이며 반짝거린다

흐릿한 삶의 기억 속에서

그는 아직 치쿠호오 광산 광부다

매일 아침, 전화기에 대고 아들에게 외친다

얼렁 오라니까 뭐하냐, 금 캐러 가야지



이 시 역시 첫 번째 시집 <따뜻한 쉼표> (2011), 고요아침 시인선에 발표된 시이다.

이미 고인이 된 친구 시아버지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시로서 십여 년 전에 썼다.

젊어서 일본으로 강제징용된 광부의 비애에서 평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다가 노후에 치매까지 걸려서

아침마다 큰 아들에게 전화하여, " 화수야, 어서 와 금 캐러 가자."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은 요양원에서 생애를 마감하였던 한 남자의 슬픈 인생을 시 한 편에 담아보았던 십 년 전 글이다.



-표지 커버 사진은 다음 인터넷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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