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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Jan 27. 2022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

-한상림 칼럼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나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마치 우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생성과 소멸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우주에서 떠도는 미미한 별들은 우리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쉼 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작은 빛으로 보이거나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주의 이치는 변함없는데, 인류 문명은 발달하면 할수록 우주의 이치에 역행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극복하려는 코로나 팬데믹 역시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빚어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소멸하지 않기 위한 인류의 처절한 투쟁이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미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 위협에 맞서 왔다. 그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의학과 과학 문명이 더 빨리 발달하게 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역시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전 세계 인류 문명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새롭게 탄생하는 디지털기기 사용과 여러 가지 낯선 용어들에 빨리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친숙해지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기의 사용에 빠르게 적응하지 않으면 시대에 도태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처음으로 ‘줌(zoom)’ 즉 화상으로 만나 회의를 하고 강의를 들으며 사용법을 터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곧이어 메타버스(meta-verse)가 나오고 가상공간 안에서 아바타로 만나 전시회도 관람하고, 음악회와 팬 미팅, 강의까지 활성화되어 다양한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MZ세대들은 잘 이용하겠지만, 베이비붐 세대는 용어조차 낯설고 어렵다고 생각하다 보니 대부분 적응하지 못한다. 매일 보는 뉴스에서 쏟아지는 신조어도 빨리 익혀야만 젊은이들과 잘 소통할 수 있다. 또한 시대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수많은 앱 프로그램 역시 우주 안에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떠돌이별과 같지 않을까?     


  중국 고대 상(商) 나라 성군인 탕왕(湯王)은 청동 세숫대야에 ‘일일신(日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하라’는 글귀를 새겨 놓고 매일 들여다보았다 한다. 그에게 세숫물은 어제의 앙금과 실패를 씻어내 매일 삶을 새롭게 하는 세례의 물이었다.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롭기에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가짐과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삶을 사는 학자 한 분을 꼽는다면 바로 현재 103세인 ‘김형석 교수’라 할 수 있다. 김형석 교수의 저서 『백 년을 살아보니』에서 노년의 삶에 대하여 늙음은 말없이 찾아온다고 하였다. 인생의 황금기를 60세에서 75세까지로 볼 때, 신체적 성장은 22세에서 24세까지이나 정신적 성장은 노력만 한다면 75세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하였다. 80세가 되어서야 노년기에 접어든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노년기는 65세부터라고 보면 십 년은 더 젊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 노년기에 가장 필요한 지혜는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서 지식을 넓혀가는 일이라 하였다.      


  필자의 노모는 현재 86세이신데 5년 전에 처음 폴더폰을 스마트폰으로 교체해 드렸을 때 거의 3개월은 수시로 전화하여 괜히 바꿨다고 원망하였다. 아무래도 사용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지금은 카톡방에서 자식들과 함께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노인대학에서 컴퓨터를 배워 이메일도 보내고 카페에 글도 올렸었다. 알파벳도 잘 모르던 노모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모습이 주위 사람들을 감탄시켰다. 자식들은 모두 서울에서 살고 지방에서 혼자 지내면서 유일한 낙이 카톡으로 소통하면서 안부를 주고받는 것이다. 대부분 고연령인 어르신들은 문자 입력조차 쉽지 않은데, 보일러나 냉장고가 고장 나게 되면 동영상을 촬영하여 가족들 단체 카톡방에 올려놓으면 서로 의논하여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기도 하였다.


  인공지능 AI와 디지털기기가 급속도로 발달하여 각종 현장에서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이며 생산활동과 서비스 분야까지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기기 사용에 그저 어렵다고 포기하면 매사 뒤처지게 되고, 후배나 동료들 사이에서도 소외감을 받는다. 따라서 자신의 지식을 넓혀가기 위한 노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주어진 미래의 시간을 20년은 앞당겨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등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화상으로 수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우리의 추억과는 다른 추억을 갖는다는 것이 안타깝다. 대학 졸업반인 딸아이는 겨우 2년 동안 캠퍼스 생활을 즐겼을 뿐, 2년 동안은 전혀 학교에 나가지 않고 화상 안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면서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였다. 학창 시절의 꽃인 대학 생활을 집에서 절반을 지냈다. 그러나 이 또한 과거의 학교 수업에 대한 프레임을 벗어나 새롭게 변화하는 혁신의 과정 중 하나라는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처럼 날로 새로워지기 위해서 한시도 게을러서는 안 된다. 필자 역시 친정엄마의 성향을 닮아서인지 단 하루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20여 년을 봉사와 문학으로 살았던 삶이었다면, 지난해부터는 삶의 중심을 가족과 문학에 두고 있다. 줌으로 만나 독서토론회를 하거나 서울시민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간접적인 사회참여 활동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유시민대학 인문학 강좌도 듣고 나름대로 1년 동안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그러던 지난 연말. 마치 준비된 시간처럼 부스터 샷을 맞은 남편이 돌발성 난청으로 입원 치료를 하게 된 것이다. 난생처음 겪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응급실을 여러 번 드나들며 남편의 손발이 돼주었다. 처음엔 생각지 않은 백신 접종 후유증을 겪으면서 정부를 원망하고 어디에도 항의할 곳이 없어 속상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많다.


  우선 주변 사람들의 따스한 격려와 위로, 그리고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일을 모두 멈추고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대부분 고통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남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건강 먼저 생각하라던 세상 떠나기 1주일 전에 전해온 친구의 문자 메시지처럼, 움켜쥐고 있는 것들 모두 부질없이 버려질 거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또한 돌발성 난청으로 인한 여러 가지 검사로 장기 여러 곳에 문제가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우리가 몸으로 겪는 질병의 고통에도 인생의 여러 가지 진리가 담겨 있다. 이처럼 어쩌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역시 우주가 토해내는 경고이다. 자연환경을 지켜서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잘 지키라고 인간에게 알리는 메시지이다. 점점 진화한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인류를 향한 강한 일침을 잘 읽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로운 미래를 위해 단 하루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되는 날까지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 신약 개발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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