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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Mar 05. 2016

LIFE

인생은 참 어려워

                                                                                   2016.02.08/ LIFE

 지옥 같았던 명절이 지나갔다. 서른 한 살, 적당한 직장조차 없는 무명의 프리랜서, 게다가 미혼인 나에겐 명절은 끊임없이 불길이 채찍질 해대는 불지옥이나 매한가지다. 결혼과 벌이에 대한 얘기들이 오고 가고 불규칙한 나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은 언제 취직 할거냐, 공장이라도 다니는 것이 훨씬 돈을 많이 벌겠다는 얘기들을 쏟아낸다. 차라리 이참에 시집이나 가라고 하는 어른들도 있다.

 수차례 맞아도 따끔거림은 쉬이 가라 앉지 않는다. 이제는 무뎌질 법도 한데 전혀 무뎌지지가 않는다.

 명절이 끝나면 늘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작아보인다. 그래서 나는 명절이 싫다.


 명절이 지나고 몇 일인가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지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를 고민하면서 천장만 보고 누워있다가 끼니 때가 되면 먹고, 다시 누워서 일일 연속극들을 몰아서 보다가 다시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이 있어야 했는데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처참했고, 그들이 말한 것 보다 한참 더 초라해졌다. 비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어나서 타블렛을 들었다. 감정의 해소에는 그림 만한 것이 없다.

  

 'LIFE'

 산다는 것은 전쟁이다.

 하루하루 전쟁을 치러내고 있다. 내일을 위해서, 혹은 미래를 위해서. 의도든 그것이 의도가 아니든 매번 누군가를 밟고 일어나야 전진 할 수 있다.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관계 없다.  '먹고 살기'라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 시키기 위해서는 '열심히' 살아야한다. 그 '열심히'가 과연 '나'를 위해서일까, '타인'을 위해서일까.

 

 내가 아닌 가족, 혹은 타인의 만족이 즐거움이 되어 살다가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강해지면서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술의 길로 접어들었다. 조그만 책상에서 내 자리 하나 가지고, 매달 나오는 월급 받으며 생활 하는 것 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일'이 더 중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몇 년간은 마냥 즐겁고 행복했으나 서른이 넘어가면서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말풍선들이 떠다닌다. 과연 이 생활에 미래는 있을까, 계속 해도 괜찮을까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지만 확신에 차서 말 할 수 없다. 내가 생각 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찾아 왔을 때 오는 실망감이나 자괴감이 얼마나 클지 알기 때문에.

 그래서 어느 순간 부터는 당장 내일을 걱정할 뿐 미래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 하루 열심히 잘 지나가면 그것으로 감사하고,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섣불리 설레이거나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내가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사뭇 다르다. 10년 전의 나는 세상이 그저 꿈과 희망이 가득찬 놀이공원 같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사회에 나와 보니 사는 것은 전쟁이다. 전쟁터에서 살아 남으려다 보니 나는 예민해졌고, 이렇게 저렇게 뒤통수 치려는 사람들이나 무턱대고 사람을 쉬이 보고, 무시하는 인사들 덕분에 날카로워 졌으며 사람들에게 담을 쌓는 버릇이 생겼다. 문득 고등학교 때 읽었던 소설의 비 사감이 왜 그렇게 날카롭고 예민했는가를 떠올렸다. 나는 이제야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참 우스운 일이다.

 

 전쟁을 치러내면서 사람들은 변한다.

 본 모습이 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기 시작하고, 두 손에 무기를 하나씩 장착하기 시작하고, 벽을 쌓기 시작한다. 순수하다는 것이 바보 같다는 말이 되기도 하는 이유는 같은 맥락일 것일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은 어렵다. 먹고 산다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서 전쟁 같다.


 누군가 꿈이 뭐예요, 라고 물으면 나는 씁쓸한 얼굴로 대답한다.

 "예술로 먹고 사는 거요."

 어릴 때처럼 대통령이나 연예인, 과학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너무 현실적이 되버린 대답에 상대도 웃고, 나도 웃는다. 하지만 웃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둘 다 너무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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