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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성평화지킴이 Sep 19. 2019

[단편 동화] 철새 무도회

화성습지 한복판에서 철새들의 무도회가 열렸습니다. 화성습지 한복판에는 멋진 무대가 설치 되어 있었습니다. 수많은 철새들이 단상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철새들은 무도회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가장 멋진 철새 경연대회가 그것이었습니다. 심사위원 자리에는 검은머리갈매기가 앉아있었습니다.

“가장 멋진 철새를 뽑는 경연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 우승한 철새는 남쪽나라로 이동할 때 선두에서 철새들을 이끌 것입니다.”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졌습니다. 철새 무리를 선두에서 이끄는 것은 철새들에게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모든 철새가 한 번 쯤은 꿈꾸는 최고의 영예였으니까요.

무대 뒤에는 많은 철새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유독 긴장한 철새가 있었습니다. 

어깨에 붉은 장식을 한 붉은어깨도요새였습니다. 붉은어깨도요새는 무대 뒤편에서 화려한 무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의 일들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경연대회가 있기 얼마 전, 도요새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도요새들은 의기소침해 있었습니다.

“어차피 이번에도 우리는 꼴찌할거야.”

“맞아. 다른 멋진 새들이 얼마나 많은데.”

붉은어깨도요새가 말했습니다.

“우리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꼭 크고 화려해야만 우승하는 건 아니야.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걸 무대에서 선보이면 이길지도 몰라.”

이 말을 듣던 도요새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잘하는 게 뭔데? 키가 커? 노래를 잘 해? 아니면 깃털이 화려해?”

다른 도요새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우리가 잘 하는 건……아, 우리는 사이가 좋지!”

도요새들이 까르르 웃었습니다.

“맞네. 우리는 사이가 좋지. 우리 그냥 경연대회 참석하지 말고 사이좋게 무도회나 즐기자!”

도요새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직 한 마리, 붉은어깨도요새만 굳게 입을 다문 채 회의장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소리가 잦아들자 붉은어깨도요새가 소리쳤습니다.

“그래! 우리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도요새들은 어리둥절하였습니다. 가장 앞에 있던 도요새가 말했습니다.

“사이 좋은 모습? 그걸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주지? 위기대응센터장님이 계신 앞에서 수다 떠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말이야?”

붉은어깨도요새는 생기어린 눈빛으로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다 같이 나가서 함께 춤을 추는 거야!”

이번에는 다른 도요새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단체로 나가서 상을 받은 적은 없어.”

붉은어깨도요새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상을 받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즐기는 거야. 언제까지 우리끼리 수다만 떨다가 올 수는     

없잖아. 무대의 중앙, 무도회의 중심,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신나게 즐기고 오자!”

도요새들은 수근거렸습니다. 

여전히 걱정하는 도요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들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용감한 도요새가 앞으로 나와 말했습니다.

“그래. 우리 한 번 해 보자. 우리 뭐부터 하면 될까?”

드디어 대회 당일이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긴장한 것은 붉은어깨도요새였습니다. 모두를 설득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붉은어깨도요새 조차 확신이 없었습니다.

도요새의 순서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붉은어깨도요새는 맨 앞에서 무대에 나갈 준비를 하였습니다. 붉은어깨도요새는 무대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는 노랑부리백로를 보고 살짝 기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뒤에서 한껏 들 떠 있는 도요새들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드디어 도요새팀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관중석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단체로 경연대회를 참가한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요새들은 관중석의 낯선 반응에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붉은어깨도요새는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이 아무렇지 않은 듯 당당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도요새들도 용기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무대로 나가 일렬로 섰습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술렁이던 새들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았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음악이 나오자 도요새들은 일제히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멋지게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도요새들은 하나가 되어 큰 파도가 되기도 했고 거대한 산이 되기도 했습니다. 도요새들이 함께 날면서 모양이 바뀔 때마다 곳곳에서 탄성이 새어나왔습니다. 도요새들은 더욱 자신감 있게 자신들이 준비한 춤을 선보였습니다. 도요새들은 마지막 춤동작을 하기 위해 힘껏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는 날개를 겹쳐 한 마리의 커다란 새를 만들었습니다. 도요새들이 멋진 동작으로 마무리하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도요새들은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여태까지 수없이 무도회에 참석하였지만 이날처럼 큰 박수를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 경연대회에 참석한 그 어떤 새 보다도 우렁찬 박수가 화성습지를 가득 채웠습니다. 

모든 경연대회 참가자들의 무대가 끝났습니다. 이제 마지막 발표만 남았습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단상에 섰습니다.

“오늘 참가해 주신 모든 철새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너무나 멋진 모습을 뽐내주었습니다. 자, 그럼 오늘의 우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오늘의 우승자는...”

순간 무도회장의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습니다. 붉은어깨도요새도, 함께 춤을 춘 도요새들도 검은머리갈매기의 말에 귀 기울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도요새!”

붉은어깨도요새와 도요새들은 너무나 기뻤습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우승한 도요새들만은 아니었습니다. 함께 경연대회에 참석한 철새들과 관중석에서 경연대회를 즐긴 철새들 모두가 주인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빛났던 것은 단연 도요새들이었습니다. 도요새들을 향한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붉은어깨도요새와 도요새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다음 날, 철새들이 남쪽 나라로 떠나기 위해 화성습지에 모였습니다. 맨 앞에는 검은머리갈매기가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붉은어깨도요새와 도요새 무리가 섰습니다. 도요새들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습니다. 검은머리갈매기가 도요새들에게 말했습니다.

“어제 공연은 이제까지 그 어떤 공연들보다도 훌륭했어. 이제 먼 길을 떠나야 하는데 어제만큼 잘 한 만큼 오늘도 철새들을 잘 이끌 수 있겠지?”

도요새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네!”

드디어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검은머리갈매기가 호쾌한 함성으로 출발을 알리며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뒤이어 붉은어깨도요새와 도요새 친구들이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긴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도요새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환희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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