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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성평화지킴이 Sep 19. 2019

[단편 동화] 갯벌 아파트

“쿵.쿵.쿵.쿵”

세스랑게는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세스랑게가 살고 있는 갯벌 아파트에는 다양한 갯벌 생물들이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길게와 방게, 엽낭게, 칠게, 딱총새우, 쏙붙이, 두토막눈썹참갯지렁이까지. 이렇게 많은 생물들이 갯벌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 아파트를 짓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세스랑게도 아파트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쿵.쿵. 시도 때도 없이 소음이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도 소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아 정말. 누가 자꾸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거야!”

세스랑게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어! 내가 범인을 찾아낼테야!”

세스랑게는 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윗집에 사는 방게에게 찾아갔습니다.

“저기요, 이렇게 다같이 모여사는 아파트에서...”

방게에게 따지려고 갔던 세스랑게는 흠칫 놀랐습니다. 방게의 집게발이 권투장갑을 낀 것 마냥 위협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스랑게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어! 할 말은 해야겠어!’

세스랑게는 심호흡을 하고 눈빛에서 굳은 의지가 새어나왔습니다.

“다같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세스랑게는 다시 한번 말을 멈췄습니다. 이번에는 방게의 집게발이 무서워서가 아니었습니다. 무시무시한 방게의 집게발 사이로 귀여운 아기 방게들이 꼬물대고 있었습니다. 방게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지금 아기들이 막 잠들었어요. 조금만 조용히 말해주시겠어요? 우리 아기들이 깰 수 있어서요.”

세스랑게는 하려던 말을 멈췄습니다. 방게가 시끄럽게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아니에요. 아기들이 귀엽네요. 다음에 또 놀러올게요.”

세스랑게는 인사를 하고는 맞은 편 집에 갔습니다.

‘이 집이 아니라면 분명 옆에 집이 분명해!’

세스랑게는 옆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똑.똑.똑.

문이 열렸습니다. 길게가 두꺼운 안경을 낀 채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세스랑게는 길게 뒤로 책상이 보였습니다. 책상에는 책들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길게는 세스랑게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 화성호 관리소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서요. 제가 좀 바쁜데...”

세스랑게는 길게 또한 소음을 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아니에요. 열심히 공부하셔서 꼭 취업하세요!”

세스랑게는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도대체 누구지?’

바로 그 때였습니다. 쿵.쿵.쿵.쿵. 세스랑게가 고통 받던 소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갯지렁이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갯지렁이는 세스랑게를 보고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날이 많이 덥네요.”

갯지렁이는 땀을 흘리며 들어왔습니다. 갯지렁이의 몸이 길어 갯지렁이의 꼬리가 자꾸 벽에 부딪쳤습니다. 소음의 정체는 갯지렁이가 들어올 때 나는 소리였던 것입니다. 세스랑게는 아직 소음 때문에 겪은 스트레스 때문에 화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갯지렁이의 기다란 몸을 보고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세스랑게는 갯지렁이에게 말했습니다.

“몸이 길어서 많이 힘드시겠어요.”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제가 다리가 짧아서 집을 수리하기가 힘드네요.”

세스랑게는 부끄러웠습니다. 갯지렁이가 힘든 것도 모르고 투덜대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도와줄게요!”

세스랑게는 길게와 방게에게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갯지렁이의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방게가 말했습니다.

“저희가 집게발이 있으니 갯지렁이를 도와주면 좋겠네요.”

길게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맞아요. 바쁘지만 이웃이 힘든데 도와드려야죠.”

세스랑게와 길게, 방게는 갯지렁이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멋진 집게발로 갯지렁이의 집을 넓혀주었습니다. 세 마리의 게가 힘을 합치니 금방 집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넓어진 집을 보고 갯지렁이가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넓은 집에 살게 되었어요.”

세스랑게가 쑥스러워 하며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경솔하게 오해를 했어요. 우리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돕고 살아요.”

세스랑게의 말에 길게와 방게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갯지렁이 또한 환하게 웃었습니다. 

갯벌 아파트에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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