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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성평화지킴이 Nov 05. 2019

[마을 여행] 바다의 여유로움이 가득한 궁평리

유년시절, 우리에겐 스마트폰이 없었지만 어려움 없이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허리께까지 오는 낮은 담벼락은 소통의 창구가 되어주었고, 친구와 눈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높다란 장벽과 빌딩숲을 지나는 요즘, 정수영·정시영 고택의 낮은 담벼락이 반갑게 느껴진다. 투박하지만 정겨움이 느껴지는 집, 정수영·정시영 고택을 둘러보며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건축 양식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고택     

궁평리에는 두 채의 고택이 남아있는데, 바로 ‘정수영·정시영 고택’이다. 두 채의 고택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언덕 위에 위치한 기와집 ‘정시영 고택’부터 둘러본 다음, 정수영 고택으로 내려오고자 한다. 정시영 고택의 대문을 열면 곧바로 사랑 마당이 펼쳐지는데, 기와 여러 장을 포개어 만든 하수로가 인상적이다. 마당에 테를 두른 것 같은 정감 있는 모양새는 카메라를 자꾸만 꺼내들게 만든다. 맷돌, 절구, 가마솥, 조선시대 관복을 입은 사진, 촘촘한 모양새의 전통 창호……. 

정시영 고택의 곳곳을 둘러보면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 든다. 밖에서 둘러볼 때는 작은 집으로 느껴졌는데, 집 안에 들어오니 꽤나 넓은 집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담벼락 한 편을 가득 채운 기왓장들이 든든하게 느껴지는 정시영 고택은 양반 가옥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시영 고택을 둘러본 뒤, 정수영 고택으로 걸어 내려간다. 언덕 아래 펼쳐진 푸른 논밭은 바람결에 따라 파도처럼 출렁인다. 현재 논밭의 자리는 간척 사업 이전에는 바다였다. 이는 산을 등지고 물을 내려다보는 배산임수의 형태로, 풍수지리상 최적의 지형이다. 짚 앞까지 넓게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상상해본다.      

초가집인 정수영 고택은 ‘ㅁ’자 구조로 짜임새를 갖췄다. 지붕은 볏짚을 촘촘히 얹은 형태며 그 위에는 지푸라기를 엮은 밧줄을 둘렀다. 초가집인 이유는 바다 근처에 기와 지붕을 올리는 것이 좋지 않다는 풍수지리 때문이다. 정수영 고택 관리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편적으로 2년에 한 번 지붕의 볏짚들을 교체하는데, 그 당시에도 2년 주기로 볏짚들을 교체했다고 한다. 정수영 고택에 머무르니 1,80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아득한 생각에 잠겼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해송 군락     

아침에 눈을 뜨면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집. 아름다운 고택의 풍경을 상상하니 바다가 더욱 더 간절해졌다. 해안길을 따라 펼쳐진 울창한 소나무림, ‘궁평 해송군락지’로 떠났다. 해송군락지에는 수령이 거의 100년이 다 되가는 해송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이 생겨난 때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대, 해풍과 해풍에 의해 이동하는 모래를 막기 위해 해송단지가 조성되었다. 인간에 의해 조성되었지만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화성호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시원한 소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아름다운 해안길을 걸으며 여유를. 일상에 지친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또 있을까. 다음 주말에는 꼭 가족들과도 함께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택과 해송 군락지를 둘러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해송 군락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궁평항이 있다. 바다 내음 가득한 해산물에 구미가 당긴다. 궁평항 수산물 직판장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펄떡이는 활어를 권하는 모습, 바가지 가득 조개를 얹어 주는 모습들에서 넉넉한 인심이 전해진다. 최근 궁평항에는 갯벌체험, 슬로우푸드체험, 뻘 썰매 타기, 배 낚시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재미와 별미, 함께 즐기는 궁평항     

서해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 궁평항의 낙조는 화성 8경 중 제4경에 해당한다. 바다로 드리우는 일몰의 장관을 보기에 좋은 명소로 ‘피싱 피어’가 있다. 원래는 낚시 전용 다리지만, 산책을 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다. 수산물 직판장을 떠났던 사람도 다시 오게 만든다는 궁평항의 일몰은 화성 여행의 만족을 한껏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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