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스킹혜성 Dec 21. 2023

직장인 자아가 집 나가려 한다.

내 직장인 자아는 -


빠릿빠릿, 뛰어난 성과를 내는 직원은 아니지만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성격과 적당한 업무수행 능력,

꾸준함과 차분함을 강점으로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는 쪽이다.

그리고 그 자아를 내세워 10년 넘게 한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퇴사 고민을 안 했다고 하면 그건 거짓일 테고.

결혼이나 출산 같은 인생의 굵직한 이벤트들이 있었기에 이직할 엄두를 못 냈던 것이다.

 

그런데 큰일 났다.

머리 좀 컸다고(?) 직장인 자아가 집 나가려고 한다.

괜히 본 자아가 점점 커지는 것을 탓해본다.

아니면 그동안 내가 너무 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이 아닐까?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내가 실무자이자 책임자이다.

상사가 바뀔 거란 기대가 전혀 없고

업무 보고 방식의 차이로 계속 같은 지적을 받는다.


외부리스크로 예상하기 어려운 이슈가 발생하여

진행상황을 자세히 보고하고자 하면 요점만 말하라고 하고,

그래서 요점만 말한다고 하면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심지어 어제는 보고 시작할 때 분위기를 너무 진지하게 만들어서 별거 아닌 일도 별거처럼 느끼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


지적은 나만 받고, 결국 문제해결도 나만의 몫이 되어

스트레스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나 들었다.


내 스킬이 부족하다는 것 인정, 핵심만 듣고 싶은 상사의 마음도 인정한다.

그렇다면 이미 잡혀버린 업무스타일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도 인정받아햐 하지 않을까?

내가 말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일을 해결 못하거나 문제가 커진 것도 아니다.


10년 넘게 일했는데도 보고 방식에 지적을 받고, 그것이 반복된다면

이쯤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처음부터 포지셔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결국 이곳에서의 성장은 한계가 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조금 서글프기도 하지만 이곳에서의 10년 넘는 시간 동안을 돌이켜보면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과거의 나보다 많이 성장했으므로 후회는 없다.


많은 변화와 적응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보다 가볍게 생각하고, 명료하게 전달하기"

내년에 명심해야 할 구호가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텀블러를 조심해야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