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새 수영복을 사는 마음은 뭘까?
3월 수영 종료 D-4.
한 동안 품절이라 살 수 없었던 수영복이 재입고가 되었다.
다음 달 수강등록은 안 했지만 새 수영복을 장만했다.
친정살이를 청산하고 이사하게 되면서
아침 시간에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새 수영복을 사는 이 마음은 뭘까?
12년 동안 한 회사를 다닌 비결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수영'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애정하는 운동이다.
10년 중에 임신하고 출산, 마침 딱 마주한 Covid-19 기간인 2년을 제외하고
약 8년을 참 열심히도 다녔다.
깜깜하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한 겨울에도,
비가 내리는 날이나 눈이 내리는 날씨에도,
슬픈 일이 있었던 날에도,
분한 일이 있었던 날에도,
심지어 연차를 낸 날에도 굳이 회사 근처의 수영장에 가서 새벽 수영을 하고 일과를 시작했다.
복잡한 머리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쨌든 수영장에 가면,
pool에 몸을 담그기만 하면,
50분 동안은 그 고민들을 잊고
내 호흡과 손끝/발끝 동작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는 게 좋았다.
그리고 하루의 시작점인 아침에 상쾌함과 뿌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출근할 수 있었다.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새벽 수영을
이사를 기점으로 10년 만에 일단락한다.
이번에 그만두면 다시 못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는 시작하기 전의
'수영 못하는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제자리 평영을 하던 내가 이제는 쭉쭉 나가는 평영을 하게 된 것도,
접영 배우던 초기에 허리가 아파서 포기하려던 마음도,
꾸준히 수영을 하면서 극복하고 결국 자기만의 속도로 나아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먹으면 언제라도 다시 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잠시 수영장을 떠나도 괜찮다.
(그런데 판매 종료된 수영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맘에 드는 프린트를 발견했을 때, 내 사이즈가 있을 때 사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