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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Dec 06. 2023

텀블러를 조심해야 해

배낭 옆 작은 포켓에 텀블러를 대충 끼워 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자주 매는 가방도 아니었고, 늘 텀블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날따라 가방 문을 열어 텀블러 넣기가 귀찮았던 순간을 이렇게 후회하게 될 줄이야.  


가방 뒤에 있던 옷을 집어 들다가 

가방이 쓰러지면서 물이 반쯤 들어 있던 스댕 텀블러가 무방비 상태의 내 발등 위로 떨어졌다.

무엇이 떨어졌지? 인식하기도 전에 악- 소리가 먼저 나왔다. 

뒤늦게 발가락을 부여잡았지만 아픔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피멍이 들었고, 멍 부위가 점점 커지고 부어올랐다. 

혹시나 싶어 정형외과를 찾았고,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니 발끝에 미세하게 조각이 떨어져 나간 것이 보였다. 


"너무 작은 부위라서 애매하지만 골절인 것 같습니다. 골절은 깁스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발가락 부위만 하는 깁스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깁스를 하려면 발목까지 해야 하고 상당히 불편할 거라는 말도 함께. 의사 선생님은 잠시 고민하시더니 일단 깁스 없이 최대한 조심하며 일주일 생활해 보라고 했다. 깁스 외에는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으니 한 달 동안 매주 병원에 와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서 잘 붙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중에 아프면 바로 병원에 오라고 했지만, 하루가 지나니 멍도 빠지고 통증도 없었다. 

혹시 골절이 아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골절'이 확실하다는 말을 들었다. 


스스로 다쳤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운동까지 못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내가 부주의해서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보온기능 좋고 사이즈가 적당해서 애정하던 스댕텀블러가 

이제는 무지막지한 둔기처럼 보인다. 


방심하면 텀블러에도 다칠 수 있다. 

이거 다 나으면 조금 덜 덜렁대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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