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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Sep 06. 2022

제주 대신, 오산 살이 한 달 차

육아휴직 & 오산 아홉 달 살기

주말 부부이고 아이 하나가 있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날 때까지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웠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육아휴직을 하고 주요 활동지였던 고양시를 떠나 오산시에서 새로운 살이를 시작한 지 딱 한 달이 되었다. (참고로 이 글은 7월 1일에 저장한 글이다.)


이제 겨우 내 공간을 만들어 키보드를 두드릴 여유가 생겼으니, 방 한 칸 옮기는 게 뭐가 힘들겠어라고 만만하게 생각한 이삿짐 정리에만 한 달이 소요된 셈이다.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러 많이들 가니깐

나는 '오산 아홉 달 살기'라고 칭하기로 했다. 



 나는 경력단절이 예상되어 직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남편은 이직을 해야만 하는 사정으로 우리는 주말부부를 하기로 했다. 신혼집은 내 회사와 가까운 곳이었는데 나는 친정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어서 전세가 만료되고 나서 남편 회사와 가까운 오산시로 주거지를 옮겼다. 지금은 그 집에서 전세 계약을 두 번이나 연장해 벌써 5년째 거주 중이다. 


 나는 임신 막달 즈음부터 오산에 오지 못했으니 거의 3년 만에 살러 온 것이다. 

 남편은 평일에 혼자 살면서 부엌은 거의 사용하질 않았다. 그나마 화장실은 자주 쓰고 청소해서 괜찮았는데 이번에 나와 아이가 오면서 부엌과 작은 방까지 한 번에 정리하려니 예상보다 할 일이 많았다. 


 일단 그동안 안 입은 옷과 있는 줄도 몰랐던 물건들을 죄다 버렸다. 7년 전 결혼할 때 산 소파와 책상도 버리고 싶었는데, 상태가 너무 멀쩡해서 버릴 핑계가 없었다. 선반으로 전락한 식탁을 발굴(?)해서 제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아이 그림책이 많아서 책장이 가장 문제였다. 당근 마켓에서 회전 책장을 구하고, 3단 책장도 하나 더 주문해야 했다. 


 고양시에서 빌라 생활을 하다가 이사 와서 아파트 생활을 해보니 정말 쾌적하다. 

아이를 키우는 생활만 봤을 때, 여기는 아파트이다 보니까 단지 안에도 여러 놀이터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과 수영장도 아주 가까워서 생활만족도가 아주 높다.   


 처음에는 아이가 할머니를 많이 찾고, 어린이집 등원할 때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맘이 안 좋았다. 한 달 즈음되어가니 정말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할머니를 많이 찾을 때는 영상통화도 하고, 열 밤 자면 할머니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면서 달래주었다. 제법 말귀를 알아듣는 30개월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면서 "엄마가 이따 올 거지" 말하면서 스스로 다독이고 진정하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말해주셨다. 


  살림도 서툴고, 육아도 서툴지만 이게 진작 내가 할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친정엄마를 쉬게 해 드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보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편하다는 것이 오늘의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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