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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Sep 07. 2022

당신의 소울푸드는 뭔가요?

 소울푸드가 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내 소울푸드도 생각해보고 질문한 사람한테서도 답을 들었는데 이게 묘하게 재미있다. 그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나의 정체성을 푸드로 표현하는 것 같아서. 


 내 소울푸드는 뭘까? 한 가지만 고르려니 한참을 고민해서 꺼낸 음식은 [강된장과 호박잎]이다. 나에게 둘은 꼭 정식 세트 같은 거라서 붙어있어야 한다. 


 엄마가 끓여주는 -집에서는 '깡장'이라 부르는-  걸쭉한 강된장에 방금 삶은 호박잎만 꺼내놓으면 밥 두 그릇은 뚝딱이다. 정확히는 흰쌀밥을 강된장과 비벼서 호박잎에 싸 먹는 것인데 계란 프라이를 올려서 노른자 터트려 비벼먹는 것도 좋고(아오 침 넘어가),  강된장에 다른 야채 없이 청양고추만 들어가도 좋다. 오히려 이쪽이 더 원조에 가깝다.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면 꼭 엄마가 끓여주는 강된장을 먹고 싶었다. 분명 자극적인데 낯선 외국 음식에 잔뜩 졸아있던 속이 풀리는 느낌이랄까. 엄마 말로는 내가 3살 무렵 할머니가 이렇게 해서 밥을 먹여서 그렇다고 한다. 


 길가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께 호박잎을 산 적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잘 안 먹는 건데 어떻게 먹을 줄 아냐며 할머니가 봉지 가득 담아주셨던 기억이 난다. 작고 연한 호박잎은 직접 호박을 키우시는 할머니들에게서만 살 수 있다. 그리고 줄기까지 다 까주시니까 오히려 나로선 감사할 따름이었다. 


 나에게 이 질문을 한 지인의 소울푸드는 '떡볶이'였다. 정말로 그녀는 모든 브랜드의 떡볶이를 사랑했고, 떡볶이라면 언제든 환영했고, 다른 음식은 많이 못 먹어도 떡볶이만큼은 잘 먹었다. 그래서 난 이제 떡볶이 하면 그 지인이 바로 떠오르는 지경이 되었다. 


 예전에는 여행 이야기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라고 들었는데, 코로나 시대에 여행에 대해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만큼 소울푸드 이야기로 아이스브레이킹을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울푸드가 통하는 사람과 만나면 그날 메뉴는 바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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