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대장내시경 유경험자

수면 내시경 바이 바이

by 애스킹혜성

올해 건강검진에는 대장내시경 항목을 추가했다.


한국 나이로는 36세.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 만 나이로는 34세이다. 대장과 관련한 특별한 증상은 없으나, 최근 친정 엄마의 대장 용종 발견-조직검사 결과 선종이기는 했지만-과 외할머니의 대장암 병력을 알게 되어 나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어서 한 번 받아보기로 했다.


검진 예약일 2주 전에 병원에서 장 청소를 위한 대장정결제를 택배로 보내줬다.

병원마다 다른 약이라고 해서 제발 간편한 알약이기를 바랐는데 내가 받은 약은 '쿨프렙산'(물약)이었다.

대장내시경 검진 자체보다도 이 대장정결제에 대한 악명을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오히려 먹기 겁이 났다.


심지어 택배만 받아놓고 서랍 위에 올려놨다가 검진 이틀 전 저녁에야 이 상자를 뜯어봤다는 사실. 그제야 동봉된 설명서를 보니 삼 일 전부터 식사조절을 하라고 되어 있어서 검진 날짜를 조정해야 하나 심히 고민했다. 대장내시경 후기들도 찾아보고 어차피 받기로 한 거 미루지 말고 해야겠다는 생각에 뒤늦게라도 식사조절을 시작했다.


이틀 전 저녁에 알았으니 식사조절은 하루 반 정도 한 것이고, 결론적으로 식사조절로 인한 문제는 없었다. 검사 전날 저녁부터 대장정결제도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해서 준비된 상태로 병원엘 갔다. 대장을 비우는 데 얼마나 아프려나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신호가 오는데 배가 아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약을 마시는 게 가장 곤욕이다. 매우 짠 포카리를 들입다 붓는 기분. 처음에는 좀 거북한데 찬물에 섞어 어찌어찌 다 마실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타 병원에서 위내시경을 수면으로 안 하고 생으로 하다가 의료진이나 나나 너무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 후론 무조건 수면 내시경으로 신청했는데 검진이 끝나고 뜻밖의 말을 들었다. 의사가 다음에 할 때는 절대 수면으로 하지 말라고 했다. 수면 중에도 너무 움직여서 오히려 위험했다고 말이다. (아 저는 정말 아무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만... ) 차라리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게 나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한 달 뒤에 검진 결과서를 받았다. 가장 먼저 대장내시경 결과 페이지를 찾아봤다. 결과는 다행히 '이상 소견 없음'이었다. 일단 확인하고 나니 안심이 되었다. 다음에 검진하게 되면 그때 또 힘들겠지만.. (으흠 한 5년 뒤쯤 하려나?) 그건 그때 생각하고 지금의 홀가분함을 만끽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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