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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Oct 17. 2022

80페이지 독서법 아시는 분?

내가 두꺼운 소설을 읽는 방법

 이십 대 초반에 친구와 해리포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남자 친구로부터 들었다는 독서법이 인상적이었다. 

친구가 해리포터 소설을 못 읽겠다고 하니까 딱 80페이지까지만 읽어보고 그래도 재미가 없으면 그냥 읽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그 말을 듣고 속는 셈 치고 80페이지까지 읽기로 했고, 그 사이에 재미가 붙어 해리포터 전 시리즈를 완독 했다. 그리고선 영화보다 소설이 훨씬 재미있으니 꼭 소설로 읽으란 말을 했었다. 


 나는 이때부터 80페이지 독서법에 꽂혔다. 

십여 년이 지나 친구에게 확인하고 싶어서 다시 물어보니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해리포터를 소설로 읽은 것은 맞지만 본인이 그런 말을 했었느냐고. 


 하지만 정말로 두꺼운 책을 꺼내 들었을 때 80페이지까지만 읽어보자라고 생각하면 조금 수월해진다. 

그리고 80페이지 내외에서 그 책의 재미가 결정된다. 


 지금 친구의 구남자 친구에게 연락할 수 없으니, 내 나름대로 분석을 해본 결과는 이렇다. 

250페이지 정도의 소설을 읽는다고 가정하면, 80페이지가 이미 책의 3분의 1이 지난 지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승전결에서 기 부분에 해당하는 배경 설명이 끝났고 어떤 사건이 전개되는 시점쯤이 된다. 그러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고, 남은 부분을 읽기가 수월해지는 것 같다. 


 나는 이 80페이지 독서 방법으로, 영화화되기 전에 소설 '미 비포 유'를 읽었다. 이 책 내 입장에서 두꺼운 축에 속하는데, 80페이지만 읽어보자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읽을수록 남은 페이지가 부족해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읽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80페이지까지 읽었으니 끝까지 다 읽어라가 아니라, 80페이지까지 읽었지만 못 읽겠네, 재미가 없으면 바로 덮고 다음 책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책 읽기는 어디까지나 취미이니까 재미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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