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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Sep 16. 2021

달갑지 않은 전화

어린이집에서 온 전화

근무 중,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온 전화 한 통.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기 편이라 갑자기 걸려오는 어린이집의 전화를 받기가 두렵다. 

일전의 경험으로는 아이가 다쳤거나, 갑자기 열이 날 때 전화가 왔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두 번 연달아 가정에서의 교육에 대해 할 말이 있으셔서 전화를 주셨다. 

마스크 교육이 안되어 있다. 배변 훈련을 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진전이 없다. 식사시간에 자꾸 딴짓을 한다. 


가뜩이나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 것이 기본 스트레스인데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훈련까지 추가되었다. 

아이가 19개월 때에 어린이집에서 배변 훈련을 시작한다고 해서 우려를 했는데 그래도 단체 생활이니까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직 변기에 앉기를 싫어한다고 가정에서의 교육을 운운하다니 기분이 좀 상했다. 


'가정에서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안전만 신경 써주시면 안 될까요? '라는 말이 혀끝을 맴돌다 사라졌다. 

혹시나 내가 담임쌤 기분을 상하게 해서 우리 아이가 미움을 받으면 안 되니까. 내가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 말을 아끼기로 했다. 

아이를 기관에 맡기고 일하는 것이 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이의 말문이 빨리 트였고,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것 조차 좋은 소리를 못 들었다.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가 TV에 집중하는 동안 화장실을 간다거나 집안일을 해둘 수 있기에 어린이 방송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TV만 주야장천 보여줄 수 없으니 집에서 동요 CD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이것도 아이가 디지털 소리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면서 동요 CD도 점점 줄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아이와 계속 대화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는데 

어린이집 전화를 받으면 내가 온통 오답으로 짜인 육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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