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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Nov 08. 2022

울고불고 어린이집 등원 길

어린이집 적응기간은 학기초에만 하는 거 아니었어?

어린이집 적응기간은 여름이 오기 전에 끝난 줄 알았는데

11월이 된 지금도 아이가 어린이집 문 앞에서 들어가기 싫다고 눈물을 보이는 일이 자주 있다. 


주말을 통째로 부모님과 놀고(?) 나서

어린이집을 가는 월요일 아침,

아니나 다를까 또 한바탕 울음과 떼를 쓰기 시작했다. 


신발장 앞 까지는 씩씩하게 들어갔는데

내가 인사하고 나가려고 하니 울면서도 정확하게

"엄마 신발벗어~~~@#$%^" 라고 했다. 

신발 벗고 같이 들어가자는 뜻인 것 같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엄마 안 보이면 울음 뚝 그친다고 

냉정하게 가시면 된다고 했다. 

선생님 말씀대로 얼른 현관문을 나와 아이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울음소리가 길게 이어지는 날이면 당장 자유시간이 생겼음에도

그 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 아이가 혹시 어린이집에서 학대를 당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에는

엄청 상세하게 올려주시는 키즈노트에서도 그렇고

하원 시에 보면 너무나 해맑게 잘 놀고 있어서 

등원 시의 눈물바람이 점점 아리송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내가 잘한 점을 생각해보았다. 

아침에 어린이집 가자고 깨웠다고 울고,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들어가지 않겠다고 우는 아이에게 소리 지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화가 나면 너무나 쉽게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낸다. 제발 말 좀 들으라고. 이게 정말 감정적인 것이라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이 되면 참지 못 할 때가 많다. 그러고 나서 또 차분해지면 후회하는 게 육아의 굴레인 것 같다. 


어제는 "그래 네가 또 우는구나. 엄마가 예상했던 바야. 그리고 네가 그렇게 울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라고 의연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 딸은 목청도 좋고 정말 온 힘을 다해 우는 대신, 울음은 짧은 편이다. (아이를 봐주는 누구나 그렇다고 해서 그렇구나 하고 있다.) 그래서 울고 싶은 만큼 울라고 내버려두었더니 한참 울다가 스스로 정리하고 눈물을 그치고 곁으로 다가온다.


어제는 울고 불고 해서 속상하게 하더니 오늘 아침엔 또 의젓하게 등원했다. 

하루하루가 다른 우리 집 어린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울음이 아닌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키워고 싶다. (TMI 서술어를 "키워야겠다"로 썼다가 싶다로 고쳤다. 사실은 엄마인 나조차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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