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쿠킹클래스의 시작

새로운 챕터를 향해

by Kirin


다양한 곳에서 협업과 출장으로 인해 시즌3으로 돌아왔던 스마트 스토어가 막을 내린 지 어느덧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사실 어떤 게 맞는 방향인가에 대한 것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겨져 있지만, 한 가지 내린 결론은 결국 무엇을 하든 펼쳐내어 보여줘야 한다는 것.

내가 아무리 많은 것들을 배우고 쌓아간들 이를 내보일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처음 프렌치 와인바 '레꽁디멍'을 오픈했을 때, 나의 바람은 딱 하나.

파인다이닝(혹 비스트로)이라는 장벽을 조금이나마 허물고, 다양한 사람들이 접했으면 했던 그 마음.

특히 음식이라는 건 뭐든 많이 접해보고 먹어보면서 그 경험치가 쌓여야 그게 시간이 흘러 자산이 될 수 있는 건데, 특정 계층에만 오픈된 음식이 있다면 이를 접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친구들에겐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은가.


나도 사실 설거지부터 시작해 바닥부터 올라온 케이스라 파인다이닝이라는 건 닿고 싶지만 아스라이 먼 곳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많았다.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까..라는 생각.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들일 것 같다는 생각들이 뒤엉켜 선뜻 도전해 보기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기반 없이 요리를 시작한 덕에 미슐랭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겁도 없이 이력서를 냅다 질렀는데(?) 그 용기가 가상해서였을까? 정말 운 좋게 파인다이닝의 시작을 미슐랭에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셰프가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싶은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두려울 게 없는 패기 넘치는 20대였으니까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2026년을 맞이하며 나에게 요리란 무엇일까?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나? 참 많은 고민이 들었다.

지금은 회사를 다니며 식음기획을 하고 있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가?라는 생각에 빠져들 때쯤 문득 깨달았다.


내가 만든 소스들을 판매해도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요리를 통해 힐링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나는 왜 요리를 사랑하게 됐을까? 설거지를 하면서도, 재료를 다듬으면서도, 손님들의 깨끗해진 접시를 바라보며 행복했던 순간들. 한 접시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밤새 고민하고, 새로운 레시피에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새롭게 시도하는 그 과정들이 나에게는 '삶' 그 자체였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시 요리를 시작하자."



새해를 맞이하며, 나는 쿠킹클래스로 요리를 다시 시작한다.

거창하지 않고 소소하게. 그저 함께 요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먹는 시간.

'한 숟갈에 이야기를 담다.' 이 타이틀처럼, 한 숟갈에 새로운 이야기들을 함께 써 내려갈 사람들을 만나려 한다.


요리는 결국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그 누군가가 '나 자신'이 될 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맛있는 한 끼가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하고, 함께 만든 요리가 누군가와의 추억이 되고,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거라 믿는다.


미슐랭에 무모하게 이력서를 내던 20대 시절의 패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나는 믿는다. 좋은 음식, 좋은 경험은 모두에게 열려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직접 만들어가고 싶다.


기나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 결국 나는 요리를 펼쳐 보여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것.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1월의 클래스는 소소하게 3가지 클래스가 열렸습니다. 함께 요리하고 이야기 나눌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https://blog.naver.com/les_condiments/22413265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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