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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귤 Apr 10. 2021

바다-1

제주 시내와 서쪽

  나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제주만의 매력을 찾으라고 하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다와 오름이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와 접근성이 좋아 육지에 살 때도 바다를 많이 보러 가봤지만, 제주도 같은 바다의 색깔과 경관을 보진 못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제주 바다가 동남아 바다보다 더 예쁜 색을 가졌다고 했다. 나는 동남아 바다를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TV의 여행 프로그램에 나오는 동남아 어느 휴양지 바다와 비교해도 부족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제주도는 동서남북으로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해변이 분포되어 있다. 모래 해변은 주로 동쪽과 서쪽에 있고 남쪽인 서귀포는 암석으로 된 돌 해변이 많다. 화산암과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해변에 시원하게 파도가 치는 모습을 싶으면 남쪽으로 잔잔한 파도와 에메랄드빛 투명한 물, 넓은 백사장을 보고 싶으면 동쪽이나 서쪽으로 가면 되겠다. 동쪽의 김녕-월정리-세화해수욕장은 경치가 예쁜 해안도로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길을 따라 하루에 세 곳의 해수욕장을 모두 방문하며 각각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다. 서쪽의 해변은 짝을 짓듯이 곽지-한담, 협재-금능이 가까이 붙어있다. 서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고 해안 산책로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한 곳에 가면 다른 짝을 가볍게 산책하듯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제주의 해변들

  제주에 숨겨진 해변이 더 있겠지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해변은 이 정도인  것 같다. 초록 점이 가리키는 용머리 해안과 신창 풍차 해안은 물놀이가 아닌 암벽과 풍차를 볼 수 있는 관광지이다. 용머리 해안은 서귀포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서귀포 푸른 바다와 용암 암석층, 해식동굴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뒤쪽으로는 산방산의 절경을 볼 수 있다. 다만 입장 시간이 짧고 파도가 조금만 세도 폐쇄하기 때문에 흐린 날에는 개장 여부를 꼭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창 풍차 해안은 제주에서 일몰을 보기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일몰 시각에 가면 일정하게 돌아가는 풍차에 하늘의 색이 붉게 변하며 아름다운 변주를 주는 협주곡을 들을 수 있다. 이외에 우도에 하얀 조개 같은 홍조류가 퇴적해 생긴 서빈백사 해수욕장(산호 해변)과 검멀레 해수욕장 등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지만, 우도는 뒤에서 따로 소개하겠다.


사진촬영 명소 용머리


  삼양과 이호테우는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 해변으로 제주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기에 좋은 곳이다. 물 색깔과 해변이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진 않지만, 각각의 개성을 지고 있다. 이호테우에는 빨갛고 하얀 예쁜 말 모양 등대가 있다. 옆에서 사진을 찍으면 바다와 함께 귀여운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공항이 가까워 마치 바다로 들어갈 듯 가까이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도 볼 수 있다.


  삼양해수욕장은 일반 모래보다 어두운 검은 모래로 유명하다. 사진에서만 봐도 일반 모래보다 색이 어둡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해안 주변의 현무암이 오랜 기간 파도의 침식작용을 받아 암편과 광물이 떨어져 나와 어두운색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해수욕 시즌 이외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조용히 해변을 걷기 좋다.


삼양과 이호테우

  한담 해변은 모래가 아닌 돌 해변으로 검정 암석들과 푸른 바다의 색이 어색한 듯하면서도 아름답게 어울려 있는 곳이다. 바닷물이 에메랄드빛으로 맑아서 몇몇 사람들은 투명카약을 타기도 한다. 주변에 '하이앤드 제주',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지드래곤이 운영했다는 '몽상드애월 카페' 등 곳곳에 유명 카페와 식당이 있어서 분위기가 활기차다. 또한, 곽지해변까지 해안 산책로가 잘 연결이 되어 있어 걷기에 좋다. 1시간 정도면 바다 바로 옆에 난 멋진 산책로를 따라 곽지와 한담을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운동화를 준비해 오는 것을 추천한다. 주의할 점은 바다 바퀴벌레라고도 불리는 갯강구가 검은 돌 곳곳에 많아서 저녁엔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곽지해수욕장은 멋진 사진을 찾지 못해서 비시즌의 곽지모습을 담았다. 미안해 곽지....제주도는 바람이 세기 때문에 여름의 해수욕 시즌이 지나가면 대부분 해수욕장은 모래가 날리지 않도록 천으로 덮어 놓는다. 사진이 초라하지만 실제로 가서 보면 넓은 백사장과 맑은 바다를 볼 수 있다. 모래 해변이 협재해수욕장만큼 넓어서 여름에 물놀이하기도 좋을 것 같아 해수욕 시즌에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주변에 높은 건물도 없고 상업적으로 많이 발전하지 않아서 서쪽에서 가장 자연에 가까운 해변이라고 생각된다. 앞에서 소개한 생선튀김 가게 '카페 태희'가 여기에 있고 유명한 마카롱 집인 '돌카롱' 매장이 크게 있다.


곽지와 한담


  협재와 금능은 부부 해변이다. 정말 가까워서 해변 산책로를 따라 20분 정도만 걸으면 두 해수욕장을 왕래할 수 있다. 해변 산책로에 야자수가 많이 심겨 있어서 사진을 찍으면 이국적 느낌의 인생 샷을 건질 수도 있다. 해변이 길고 넓어 나무 밑이나 모래사장에 텐트를 칠 곳이 많기 때문에 캠핑족들이 정말 많이 찾는 곳으로 여름에 제주도에서 가장 핫한 바다는 여기가 아닐까 싶다. 비양도 뒤편으로 지는 붉은 해와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근처에는 상가도 발달해서 늦게까지 하는 술집이나 음식점이 있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도 많이 있다. 바다가 에메랄드빛 투명한 색으로 보기만 해도 예쁘기 때문에 해수욕을 하지 않더라도 산책 겸 방문해 볼 만하다. 유일한 단점은 성수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복잡하다는 것이다.


협재와 금능

  황우지 해안과 판포포구는 일반적인 해수욕장이 아닌 특별한 물놀이 장소로 특히 스노클링으로 유명한 곳이다. 물이 맑고 얕아서 어린아이들도 물놀이하기 좋아 여름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황우지 해안은 돌기둥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이 빚어낸 천연 풀장이다. 물이 워낙 맑고 주변의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뤄서 공식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이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물놀이뿐 아니라 황우지 해안을 가면 외돌개까지 산책로가 이어져 있는데 그 길이 정말 예쁘다. 파도치는 해안절벽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조금 과장하자면 한국판 그랜드캐니언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멋지다. 하지만 황우지 해안은 파도로 인해 폐쇄되는 날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 물놀이할 예정이라면 가기 전에 개방이 되었는지 잘 확인을 해야 한다.


  판포포구는 방파제 안쪽에 바닷물이 들어와 만들어진 풀장으로 파도가 없고 밀물과 썰물 때 깊이가 적당해서 물놀이 장소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뒤편에 유료 샤워 시설도 있고 주변에 작지만, 식당이나 카페도 있다. 유명한 '울트라마린'이라는 카페가 바로 여기 근처에 있다. 비록 천연 풀장은 아니지만, 물이 정말 투명하고 서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아름답다. 바나나보트나 서핑 같은 액티비티는 없지만, 파도가 없어 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젓는 패들보드나 카약을 타는 사람이 많았다. 잔잔한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물놀이하고 싶다면 제주에서 그 어디보다 여기가 가장 적절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밀물 때는 물이 제법 깊어질 수 있으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여름에 모래 해수욕장이 지겹다면 이러한 색다른 물놀이 장소도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


아름다운 판포포구

  중문 색달해수욕장은 서핑으로 유명한 곳이다. 많은 서핑 숍들이 주변에 모여 있고 서핑 좀 한다는 사람들이 제주에 오면 꼭 들르는 장소라고 한다. 나도 중문 해수욕장의 인싸가 되기 위해 이곳에 서핑체험을 하러 가보았다. 서핑의 핫 플레이스답게 해수욕장이 물놀이 구역과 서핑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파도가 항상 적당히 있고 멀리 나가도 수심이 깊지 않기 때문에 물놀이나 서핑을 하기 좋다고 한다. 나는 이곳에서 인생 첫 서핑 도전을 해보았는데 파도가 얼마나 좋은지 스스로 몇 번 일어날 수 있었다. 


  바다 안에서 서핑하거나 물놀이를 하면 중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물 밖에서 보면 중문은 그저 그런 해변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바닷속에서 보니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바다에서 해변 쪽을 보면 높은 암석 절벽으로 둘러싸인 해변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모습이 절경이었다. 서프보드에 가만히 누워서 파도에 몸을 맡기면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해수욕장 주변은 중문 관광단지로 신라호텔 등 유명한 호텔이 많이 있고 조금만 나가면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있다. 해수욕장 바로 옆에는 '더클리프'라는 힙한 카페도 있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제주에서 서핑체험을 꼭 해보기 추천한다. 제주 대부분 바다가 멀리 나가도 물이 깊지 않기 때문에 물을 무서워하더라도 도전해볼 만하고 일일 강습 프로그램은 강사님이 서프보드에서 일어나도록 밀어주고 받쳐주기 때문에 초보자도 파도를 타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혼자 여행을 왔어도 새로운 사람과 함께 배우며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고 친구나 연인끼리 오면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곽지나 월정리 쪽에도 서핑체험을 많이 하는데 이곳에서는 파도는 더 적지만 에메랄드빛 예쁜 바다에서 서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예쁜 바다에서 유유자적 서핑은 월정리나 곽지 같은 동쪽이나 서쪽 해수욕장으로, 조금 더 액티브한 서핑을 원한다면 중문으로 가면 될 것 같다. 체험과 더불어 서핑을 하는 동안 직원분이 사진을 찍어주시기 때문에 인생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서핑을 계획에 넣는다면 'www.windfinder.com' 사이트에서 미리 가고자 하는 해변의 파도 높이를 확인하는 것도 좋다. 서핑을 제대로 즐기려면 파도 방향과 바람 등 변수가 많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파도 높이가 1m는 넘어야 서핑을 하기 좋다고 하기 때문이다. 가고자 하는 서핑스쿨에 전화를 해서 그날의 파도가 어떨지 물어보거나 위의 사이트를 참고해서 계획을 짜보는 것이 어떨까?


인생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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