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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귤 Apr 10. 2021

꽃(花)-1

3월부터 5월

  육지에 있을 땐 거들떠보지도 않던 꽃들이 제주에 와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꽃이 피는 봄에는 제주도 곳곳에서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볼 수 있는데 자주 보다 보니 정이 들었나 보다. 특히 3월의 제주도는 벚꽃으로 섬 전체가 온통 연분홍 빛깔로 물든다. 제주도 어디에 가도 활짝 핀 벚꽃을 볼 수 있는데, 제주 시내도 벚꽃 천지라 출퇴근길에는 길가의 예쁜 벚나무들이 줄지어 마중해주는 것 같았다. 차가 잠시 신호에 멈출 때 창문을 내리고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 있는 벚꽃을 보면 꽃구경을 온 듯 행복했다.


  벚꽃이 피는 시기에 제주도를 방문한다면 먼 곳까지 꽃구경하러 갈 필요가 없다. 도로 옆에 심겨 있는 나무들이 모두 벚나무였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3~4월에는 제주 시내 어딜 가나 벚꽃을 볼 수 있다. 특히 유명한 곳은 제주대학교 앞과 제주중앙여자중학교 쪽 전농로이다. 전농로는 3월 말이면 벚꽃축제를 하는데 차량을 통제해서 도보로 자유롭게 벚꽃을 구경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애월고등학교, 한라수목원 등 벚꽃 명소가 많으니 3월에 제주 여행을 온다면 시내를 벗어나기 전에 꽃구경해보는 것이 어떨까?

제주 시내 벚꽃(3.26일)

  3~4월에 벚꽃과 함께 제주를 알록달록 물들이는 꽃이 있다. 바로 제주의 대표적인 봄꽃인 유채꽃이다. 유채꽃은 제주 전역에서 볼 수 있는데 추위와 습기에 강하고 빨리 자라는 습성이 있어 척박한 제주 땅에 잘 맞는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도 표선면의 '가시리'라는 마을이 유채꽃으로 유명하다. 


  가시리에서는 매년 유채꽃 축제를 하는데 이 시기에 '조랑말 체험공원'을 내비게이션에 찍고 가면 가시리 최고의 유채꽃밭을 볼 수 있다. 샛노랗게 물든 넓은 유채꽃밭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차는 우리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그뿐만 아니라 유채꽃밭으로 가는 길인 녹산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곳으로 10km에 달하는 길이 유채꽃과 벚꽃으로 꽃물결을 이룬다. 이 길을 따라가면 노랗고 하얀 꽃들이 눈앞을 가득 메워서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카메라를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몇 번을 멈췄다가 가다 보면 목적지에 가지도 못한 채 해가 져버릴 수 있다.

가시리 유채꽃(3월 8일)

  친구와 함께 서귀포 남단을 여행하던 중 날씨가 너무 흐려 오름을 올라갈 수도 없고 바다를 보러 가기도 애매한 그런 날이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흘리듯 들었던 4월쯤 한다는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떠올랐고 꽃은 날이 흐려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가파도에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가파도는 날씨가 흐림에도 본섬에서 보일 만큼 가까웠다.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약 10분 정도 만에 가파도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배에서 내릴 때쯤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우리는 기분 좋게 청보리와 첫 만남을 할 수 있었다.


  사실 가파도에 가기 전에는 청보리가 예쁜 꽃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색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시골에서 봤던 보리밭을 떠올리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청보리밭이 그러한 편견을 단번에 깨 주었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우리는 '오길 잘했다.'라고 연신 쑥덕대며 청보리 모습에 반해버렸다. 넓게 펼쳐진 초록색 보리밭은 솜털이 삐죽 나온 초록 융단 같았다. 보리가 길쭉길쭉해서 바람을 따라 살랑살랑 흔들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위에 와서 누우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섬 가운데에서 바다를 보니 초록색 청보리와 파란 하늘, 멀리 본섬의 한라산까지 눈에 들어왔다. 중간중간 빨갛고 노란 알록달록 지붕이 풍경에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서도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은 보리밭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아직은 관광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파도의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보며 산책하다 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우리는 오늘 여행에 만족하며 운진항행 마지막 배를 타고 돌아왔다.

가파도 청보리(5월 4일)

((제주도의 남쪽에 있는 섬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마라도만 생각하지만, 마라도 바로 위쪽에 가파도라는 섬이 있다. 조선 시대 가파도는 지형이 평탄하고 풀이 많이 자라 왕에게 바칠 소를 키우기 위한 섬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모슬포와 마라도 중간에 위치한 가파도는 그동안 마라도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이 쳐다만 보고 가는 소외된 섬이었고, 이에 주민들은 가파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09년부터 보리밭 경관을 활용해 청보리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파도의 청보리밭은 18만 평으로 섬의 면적의 절반 이상을 덮을 정도로 광대하다. 또한, 가파도 청보리는 제주의 향토 품종으로 다른 지역의 보리보다 2배 이상 크게 자라나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푸른 물결이 굽이치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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