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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귤 Apr 10. 2021

비오는 날의 숲

새로운 치유

  하늘이 무슨 색이었는지 잊게 할 정도로 비가 자주 오던 6월 어느 날 친구가 제주도를 방문했다. 장마철이라 극구 말렸지만, 친구는 이때가 아니면 시간을 내기 힘들다고 기어코 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여행 기간 내내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었고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실내 카페나 식당에서 보내게 되었다. 


  하루는 이러한 일정에 갑갑함을 느껴 비를 조금 맞더라도 숲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우산을 하나씩 챙겨 절물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북적북적하던 숲길이 잘못 왔나 싶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비가 추적추적 왔지만, 실내에만 있다가 밖에 나오니 신이 나서 선착순이라도 하듯 매표소로 뛰어갔다.


  산책을 막 시작하려고 하자마자 입구에서는 우산을 후두두두 때리던 비가 숲길로 들어가니 갑자기 고요해졌다. 바닥 곳곳에 진흙이 있긴 했지만 큰 나무가 바람과 비를 막아주니 걷기에 힘들지 않았다. 축축한 공기는 숲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듯 무겁지만 상쾌했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걸었다. 중간중간 사람도 없고 안개가 자욱이 껴서 무서운 곳도 있었지만, 숲길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 실내에만 있는 게 지겹다면 숲길에 한번 가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나무들이 비와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옷이 생각보다 젖지 않는다. 그리고 제주도는 구멍이 송송 뚫린 화산섬이라 비가 와도 물이 많이 고이지 않고 유명한 숲길은 나무 갑판이나 돌로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좋다.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고 비가 내리는 안개 낀 숲길을 걸어보면 맑은 날과는 또 다른 자연의 치유를 받을 수 있다.

비오는 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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