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송모니터요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꼭 이런 질문을 한다.
"방송모니터요원이 뭐예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장단점을 분석해서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에요."
그래도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설명하기 애매할 때면 이렇게 말한다.
"방송국에서 글 쓰는 일을 해요."
"아, 방송작가요?"
"비슷해요."
방송모니터요원은 방송 관계자들과 모니터요원으로 일했거나 응시한 사람들 외에는 잘 모를 것이다.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보수에 비해 일은 전문적인 편이다. 대개 글을 잘 써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내가 방송모니터요원이라는 일을 알게 된 때는 1990년대 초반이었다.
KBS에서 '방송모니터요원 모집'이라는 스폿광고를 처음 보는 순간 나는 전율을 느꼈다.
'그래, 저 일이야!'
출퇴근도 하지 않는다,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이다.
그 당시 미취업 상태였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차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면접을 보기 위해 여의도에 있는 KBS 방송국을 찾았다.
어릴 때부터 방송국이라는 곳에 로망이 있었다.
막연히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면접에서 떨어졌고 그 후 오랫동안 마음에는 있었지만 쉽게 길이 열리지 않았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 온 후 가끔 스폿광고로 방송모니터요원 모집 공고를 보았지만 놓치기도 하고 자격 미달이라 응시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워낙 티오가 적어서 비정기적으로 공고가 나고 경력자가 유리해서 기회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던가.
2010년에 EBS에서 처음 모니터요원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경력이 되어 대전방송, 국악방송에서 일했다. 현재는 국회방송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모니터요원 경력이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이제는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그 자리에서 보고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힐 정도가 되었다.
내가 방송모니터요원으로 일하면서 집중하는 부분은 자막 오류, 진행자와 출연자의 비표준어 사용이다.
의외로 오류가 많이 생기는 부분이고 눈에 잘 띄는 부분이다.
직업병일 수도 있는데 출판사에서 편집부원으로 교정교열을 하다 보니 맞춤법에 민감한 편이다.
자막에서 맞춤법이 틀리면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왜냐하면 시청자들은 방송국에서 쓰는 언어는 다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송모니터요원은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 유리한 일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맞춤법에 자신 있고, 생각이 논리적이고, 방송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