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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오르 Sep 23. 2015

허수아비

참새야, 너는 아니?

허수아비가 무엇을 지키려고 

한낮의 뙤약볕과 새벽녘 서늘한 이슬에 

말뚝이로 서있는지    


속 빈 허수아비가 지키고 싶은 것은

네가 쪼아 먹는 몇 알의 씨앗이 아닌    


그 옛날 이 사람 저 사람 

논두렁에 정겹게 모여 앉아 모내기 때 먹던 

즐거운 새참 시간이란 것을,    


누렇게 익어 황금빛 물든 들녘에 

정다운 이웃과 아들 딸 함께 모여 

한단 두단 볏짐 실어나르던 

행복한 노동요란 것을,    


참새야, 너는 아니?

허수아비가 말뚝이 되어 

먼 산 보고 있는 이유를  

  

그 옛날 네 형제들이 

풍년을 축하 비행하던 들판에서 

굵은 땀 흘려 행복한 농부들과  

풍악에 홀려 춤추던 허수아비들이 그리워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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