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야, 너는 아니?
허수아비가 무엇을 지키려고
한낮의 뙤약볕과 새벽녘 서늘한 이슬에
말뚝이로 서있는지
속 빈 허수아비가 지키고 싶은 것은
네가 쪼아 먹는 몇 알의 씨앗이 아닌
그 옛날 이 사람 저 사람
논두렁에 정겹게 모여 앉아 모내기 때 먹던
즐거운 새참 시간이란 것을,
누렇게 익어 황금빛 물든 들녘에
정다운 이웃과 아들 딸 함께 모여
한단 두단 볏짐 실어나르던
행복한 노동요란 것을,
참새야, 너는 아니?
허수아비가 말뚝이 되어
먼 산 보고 있는 이유를
그 옛날 네 형제들이
풍년을 축하 비행하던 들판에서
굵은 땀 흘려 행복한 농부들과
풍악에 홀려 춤추던 허수아비들이 그리워서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