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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구일 Aug 09. 2021

영수증 - 13화

성공을 걷는 사람, 꿈에 도달하려는 사람

성공이란 눈 앞에 있지 않되 늘 저 멀리에 있으며,

성공을 부단히 좇는 이는 성취라는 발자국을 남긴다.

문득 뒤돌아 본 순간 찬란한 성공의 기억 드문히나마 남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인생의 성공 아닐까.



이전 직장을 퇴사한지 2달이 지났다.


나는 이제 사장이 되었고, 주변에서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별건 없다. 그저 수 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 언제부턴가 내 마음속에서 솟아난 '향'에 대한 욕구를 실현하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니까.


분명 내 꿈은 소설가다. 하지만 아직 소설가가 될 준비가 덜 되었나보다.


나는 살아감에 있어 곧잘 나름의 기준을 세우곤하는데


전업 소설가라는 직업은 천성이 나태한 나에게 생활의 안정성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아직은,


때문에 나는 또다른 적성, 또다른 표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기로 했다.


향수공방을 차렸다.


돈은 없었다.


전세집 구하느랴, 결혼 준비 하느랴 기껏 모아온 돈을 거의 다 써버렸기에


내 호주머니 통장엔 2,500만원 남짓한 돈 뿐이었다.


급하게 긴축정책에 돌입했다.


카드를 최대한 안쓰고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기로.

- 물론 식욕의 결정체인 나는 종종 삼겹살로 뱃살에 기름칠하긴 했다.


처음엔 그저, 지난 세월 쉴 틈 없이 달려왔으니 넉넉잡아 11월 ~ 12월에 개업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2천 만원으로 6개월짜리 백수 생활을 영위할 수는 없었다.


집, 차, 책임져야할 사람을 유지하기엔 사회적으로 돈이라는 것이, 비용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할 때도 비용이 든다.


나는 이 비용을 충당하려 했다. 처음에 카페도 같이 운영하면 좋을 것 같아서,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았으나


아뿔싸, 이젠 카페 사장님들이 나보다도 어렸다. 


나야 신경쓰지 않지만, 카페 사장님들은 내 이력서에 답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서른짜리 남성은, 전문 바리스타 자격증이 두 세개에 카페 운영 이력이 없다면 월 7, 80만원짜리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웠다.


결정을 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다음날 바로 부동산으로 뛰어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동산 사이트를 뒤지며 대략적인 시세를, 그리고 내가 개업하고자 하는 공간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세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생략되었지만 창작의 고통, 적잖은 고뇌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대로, 내가 선호하는 색으로 꽉꽉 채웠다.


결론적으로는 평소 글을 쓰다보니 상상력이라는 것도 또렷해져서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사무실 임대, 입주를 진행하고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진행했다. 대략 300만원이라는 비용을 아꼈다.


두 달 넘게 버틸 수 있는, 아주 귀중한 금액을 노력이라는 것으로, 그리고 나의 시간이라는 댓가로 치뤘다.


어차피 백수였으니 상당한 이득이었다.


개업하던 날, 손님은 없었다.


다만 개업 당일 주말 예약이 한 건 들어왔었는데


정말로 기뻣다.


이 공간을 준비하며 항상 되뇌었던 말이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좋은 가구, 깔끔한 시공, 좋은 장비를 들여 놓기 위해선 늘 가진 것에 비해 많은 비용이 요구됐다.


현실과의 타협, 합리적 절충


홀로 인테리어 시공을 하며 정말 힘든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물이 나를 반겨줬을 때, 내 눈에 세밀하게는 부족한 점도 보이긴 했지만


성취감이 실망감을 압도 했다.


맨 위에 적힌 오늘의 주제는 개업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캔맥주 한 캔으로 자축하며, 소박한 축배를 들며 떠오른 말이다.


한 걸음씩 걸어온 나의 모든 나날 위에서 이렇게 꿈을 좇아갈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행복이자, 건강함에 대한 축복이다. 


그 덕에라도 부끄러웠던 과거를 포함한 나의 모든 어제와 오늘을 사랑하기로 했다.


무지는 항상 두렵다.


내일에 대한 무지,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확실한 이정표를 꿈으로 그리고, 한 번만 더 라는 1의 끈기와, 긍정과 활력이 샘솟는 마음을 지니자.


적어도 오늘의 끝에서 단 하루의 성공을 만끽할 수 있게-


매일같이.


건배!




잘 지내고 있다. 손님이 더 많아져서, 내 성실함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직설적으로는 돈 많이 벌고 싶다. 하지만 정말 깊은 한 구석에 있는 내 본심은


이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의 향기를 더욱 널리 퍼뜨리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과 행복을 나누어주고 싶다.


- 弘益人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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