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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초보 엄마, 아빠의 경제교육 방법

(feat. 유태인 교육과 성인식)

by 허군

부끄럽지만 홍시가 태어나기 전까지 나랑 정양은 투자 및 재테크에 관련되서는 정말 문맹과도 같은 수준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학생 시절 배워왔던 학교 수업에서는 경제에 대한 이해보다는 수능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교육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항상 근검절약을 해야 하고, 돈이 생기는 대로 은행에 저축을 해놔야 부자가 된다고 가르쳐 주셨다. 대출은 나쁜 것이고 주식투자는 절대 손에 대면 안 되는 것이라고 들으며 컸다.


사실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내용들이 틀린 말은 아니다. 나와 정양이 태어난 80년대에는 은행이자가 연 20%였다고 한다. 지금 제로금리인 시대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예금금리가 연 20%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정말 그냥 그때는 돈이 생기는대로 통장에만 넣어놓으면 되는 시절이었기에 우리는 당시 올바른 교육을 받고 자란 것이다.


하지만 2020년인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지금 은행 예적금 이자율은 연 2% 정도가 고작이다. 저축으로 실질적인 물가 상승률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매일 집 근처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마음껏 담기가 부담스럽고, 특히 요새 가장 큰 이슈인 부동산 가격은 하늘이 높은 줄 모르는 것 같다. 확실히 이제는 열심히 통장에 저축만 해서는 재테크가 힘들어진 시대가 되었다.



그러면 이런 시대에 나와 정양은 부모로서 홍시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지금 시대에 맞는 경제교육을 홍시에게 선물해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사업을 하는 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은행에 다니는 친구들한테도 물어보고, 재테크 및 교육 관련된 책도 닥치는 대로 읽고 메모하고 있다. 그렇게 다방면으로 공부를 하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는 유태인들의 교육에 관련된 서적들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게 되었다. 정양과 책 내용을 같이 공유하면서 우리가 홍시에게 선물해줄 수 있는 돈의 흐름과 재테크, 경제관념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태인 부모들은 아이들이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치러준다. 그리고 성인식에는 아이에게 축의금이라는 명목으로 가족과 친인척들이 제법 큰 액수의 돈을(한화 약 3~4천만 원) 선물한다. 그럼 그 아이는 부모와 함께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닌 불리는 방법에 대해 같이 공부한다. 그리고 그 돈은 아이가 20살이 되었을 때 세상을 나아가는 종잣돈이 된다.


우리 역시 홍시에게는 돈을 버는 법이 아닌, 우리가 배우지 못한 세상의 돈이 굴러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해답을 유태인의 교육에서 찾았다. 13세라면 한국 나이로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홍시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홍시에게 성인이 되었음을 축하해주고 파티를 열어서 홍시의 성인식을 축하하고 축의금을 선물해 줄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홍시와 함께 돈을 굴리는 방법에 대해 같이 공부해 보려 한다.


여기까지 우리의 계획인데, 다만 두 가지의 준비물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홍시가 13살이 되기 전까지 축의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홍시가 13살이 되어서 성인식 파티를 연다고 하면, 축의금을 주실 분들은 아마 나와 정양,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정도가 전부일 거다. 그래서 정양과 나는 미리미리 홍시의 미래를 위한 종잣돈인 축의금을 모으기로 했다. 종잣돈을 모으는 방법은 단순히 그냥 저축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저축만으로는 요즘같이 화폐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시대에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린 홍시 이름으로 주식계좌를 만들어주고 차곡차곡 홍시의 주식계좌에 주식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뭔가 엄청 거창해 보이는데 현실은 아주 소소하다. 정양이 매월 적립식으로 약 10~20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리스크가 적고 배당이 높으면서 미래에 전망이 밝은 분야의 대형주를 사는 게 전부다. 우리는 홍시가 태어났을 때부터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매달 모으고 있다.

매월 20만 원씩 1년이면 240만 원이고, 13년 동안 빠짐없이 모은 다면 약 3천만 원이 된다. 이 돈은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원금 3천만 원에 주가가 상승한 만큼 더 플러스가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생각대로 홍시가 13살이 되어 성인식을 열어주는 날 우리는 홍시에게 제법 큰 금액의 축의금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 준비물은 지금부터 13년간 나와 정양이 먼저 열심히 경제 및 재테크와 관련된 지식을 쌓는 거다. 아무리 큰 금액을 홍시에게 준다 한들, 우리가 돈을 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그 돈은 분명 어디론가 금세 사라질 거라 생각한다. 홍시와 함께 돈을 불리는 방법을 함께 공부하고 방향을 제시해 주려면 나와 정양이 먼저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꼭 정양과 함께 경제/경영/재테크와 관련된 책을 함께 읽고 독서토론을 해볼 생각이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어떤 방법이 좋을지 이야기하고 토론하면 분명 많은 인사이트가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홍시가 13살이 될 때까지 꾸준히 이런 방식으로 함께 공부한다면 분명 홍시에게 등대와 같은 엄마와 아빠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부모가 되어보니 여러 가지 방면으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홍시를 위한 것들이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덕분에 나와 정양도 정말 많은 성장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분명 실패도 겪을 수 있고 잘못된 길로 가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전부다 우리 한테 큰 양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홍시가 벌써 3살이니 약 10년 후, 홍시가 13살이 되어 성인식 파티를 여는 날 우리는 함께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홍시가 태어난 이후로 육아를 하면서 회사를 다니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잊지 않고 매월 홍시의 주식계좌에 주식을 사주는 정양에게 정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어렵지 않은 일 같지만 상당히 신경 쓰이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고마워 정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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