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메바 경영 회의
회사를 다니면서 경제활동을 시작했지만 정작 돈과 경제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고 어떤 원리로 세상이 돌아가는지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된 것 같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까지는 부모님이 주시는 학비와 용돈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돈은 그냥 부모님이 주시는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을 진학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기에 번 돈은 친구들과 술 마시고 놀기에 바빴다. 그러다 회사에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나니 그제야 돈과 경제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된 것 같다.
돈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면서 점점 경제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노동, 월급, 재테크, 금리, 부동산, 주식 등 많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모르는 경제 용어들을 공부하다 보니 돈이라는 게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왜 나는 좀 더 일찍 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생겼다.
그런 아쉬움은 바로 홍시에게 내가 최근에 알게 된 돈과 경제에 대한 개념을 최대한 빨리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 이으로 바뀌었다. 분명 아이들에게 돈에 대한 개념을 쉽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경제에 대해서 쉽게 설명된 몇 가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중 최근에 읽었던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이라는 책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은 제법 간단했다. 생산적인 활동 없는 용돈은 없어져야 한다는 거다.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아이의 용돈 주머니로 만들면 안 된다. 돈이라는 건 육체적인 노동 혹은 그 외 생산적인 활동(재테크)으로만 얻을 수 있다는 개념을 어릴 때부터 알려주면 된다. 예를 들면 방청소를 하면 3,000원, 화장실 청소를 하면 10,000원, 설거지 2,000원 등 이런 식으로 돈이라는 걸 얻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거다.
실제로 유태인들 역시 아이들에게 이러한 경제관념을 어렸을 때부터 알려준다고 한다. 용돈을 벌기 위해서는 집안일을 같이 공유해야 하며, 심지어는 집에서 밥을 먹을 때에도 본인이 모은 용돈에서 밥값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밥값이라고 해서 실제로 밖에서 사 먹는 금액을 내야 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아침식사는 500원, 점심식사는 1,000원이라고 정해 놓고 부모님에게 돈을 내는 거다. 우리 정서와는 조금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유태인들이 돈에 대한 교육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꼭 따라서 해보고 싶던 내용이 있었다. 바로 '아메바 경영회의'라는 건데, 일본 기업인 교세라 회사의 경영방식이라고 한다. '아메바 경영회의'를 간단히 설명하면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가장 아래 있는 직원까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실제로 그들의 의견이 회사를 경영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경영 방식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가정에도 접목시킬 수 있다. 우리 집의 경제활동, 즉 수입과 지출에 대해 아이들에게도 정확히 알려주고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 집 가계를 꾸려가야 할지 직접 이야기하는 거다.
예를 들면 한 달에 한번 우리 집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족회의를 연다. 다음 달 수입은 대략 얼마가 되는데, 그중에서 대출이자, 자동차 유류비, 식비, 외식비, 학비 등 각각의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는지 다 같이 이야기하고 여분의 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가 다니고 싶은 학원을 다니기 위해서는 어떤 비용을 줄여야 하고, 갖고 싶은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서는 우리 집의 수입을 어떻게 늘려야 할지 같이 고민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대로 다 같이 실행해보고 실패, 혹은 성공을 경험하다 보면 아이는 쉽게 경제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 홍시에게 돈과 경제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기에는 많이 이르다. 하지만 미리 이런 교육방향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면,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간단히 설명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편의점에 갔을 때, 미용실에 갔을 때 우리가 돈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구입 혹은 사용하면서 설명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크면 아이와 함께 집에서 '우리 집 아메바 경영회의'를 열고 같이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홍시가 나보다 훨씬 돈에 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