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뒤늦게 코딩이라는 걸 공부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코딩 교육 의무화

by 허군

밤 9시가 되면 홍시 손을 잡고 욕실로 들어간다. 따뜻한 물로 홍시를 씻겨주고 나오면 정양이 방으로 같이 들어가서 책을 읽다가 재워준다. 그렇게 잠을 자러 들어가면 간단히 집 정리를 한 다음,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루 한두 시간 정도 유튜브를 통해서 코딩 공부를 시작한다.



요새 뉴스를 보고 있으면 IT 기업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개발자들을 서로 모셔간다는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된다. 동시에 배달의 민족, 페이스북, 토스 등을 통해서 우리의 삶이 하나씩 디지털화되어가는 걸 느끼면서 앞으로는 개발자의 대우가 점점 더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는 관련이 1도 없기에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나도 대학생 때 코딩이나 배워 놓을걸'이라는 생각 하면서 지나치고는 했다.


그렇게 '코딩, 프로그래밍, 개발자라'는 단어는 나와는 상관없는 분야로 생각하고 한 귀로 흘려들으며 살고 있었는데, 최근에 놀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양이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인스타그램 피드를 하나 보내줬는데 제목이 '코딩 장난감'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슨 아이들 장난감 이름에 코딩이라는 단어가 붙는 건가 해서 봤더니, 진짜로 아이들이 코딩을 해서 장난감을 작동할 수 있는 장난감이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이기에 복잡한 컴퓨터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입력해서 뭔가를 만드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간단한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를 장난감을 이용해서 생각을 하게 하고, 그걸 직접 만들어서 직접 장난감을 작동시키는 게 가능했다. 아이들이 코딩이라는 걸 아주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코딩 장난감'이라는 걸 알게 되고 네이버에 코딩에 관련해서 검색을 좀 더 해봤다.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랐다. 이미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코딩'이 들어가 있다. 아직은 5, 6학년 교육과정에 있지만 앞으로 확대될 계획이며,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빠르게 코딩 과목이 교육과정에 더 많은 시간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어떤 전문가의 글에서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시대가 변해간다면, 10년 후엔 코딩을 모르면 문맹과 같은 답답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는 글도 읽게 되었다.



나는 홍시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 자신과 지키고 싶은 약속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다면, 내가 아이에게 특정 과목이나 분야에 대해서 직접 가르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아이가 나한테 뭔가 궁금해서 물어봤을 때 대답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이런 이유로 요즘의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코딩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어떤 거창한 목표가 있다기보다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고 싶단 생각에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저 몇 년 후 홍시가 나한테 와서 "아빠 코딩이 뭐야? 이건 어떻게 코딩을 짜야해?"라고 물어봤을 때 멋지게 대답해주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갑자기 말문이 트인다고 하더니 진짜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