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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친구들과 함께해야 더 즐거운 4살

친구 따라 강남 가는 나이

by 허군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홍시가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 생각했다. 가끔 또래의 친구, 혹은 형, 누나들이 집에 놀러 와도 홍시는 관심이 없었다. 묵묵히 자기가 놀던 장난감만 혼자 가지고 놀았다. 그래서 '홍시는 내성적인 성격에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홍시가 달라졌다. 하원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가서 홍시를 데리고 나오면 홍시는 친구들 이야기 부터한다. 놀이터에는 누가 놀고 있는지 먼저 둘러보고, 다른 친구들이 없으면 실망한 표정도 짓는다.

친구들이 없는 놀이터에서 홍시는 혼자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고 혼자 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저 멀리에서 친구가 오면 친구 누가 온다고 나한테 와서 빨리 알려준다. 그러고 나서는 친구랑 함께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고, 같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아파트를 휘젓고 다닌다.

이제 곧 40살이 되는 내 인생을 돌아보면 친구라는 존재는 가족 다음으로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였다. 힘들 때는 옆에서 같이 울어주고, 기쁠 때는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항상 친구들이 옆에 있었다.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친구들이 갖고 있어서 든든했고, 친구들보다 내가 잘하는 게 있으면 열일 제쳐두고 도와주기도 했다.

최근 홍시가 친구들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인제 홍시도 친구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구나 라는 생각에 내심 흐뭇했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뭘 하고 놀았는지 이야기해주고,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내 어릴 적이 생각나기도 하고, 마냥 기분이 좋았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친구가 생긴 다는 건 정말 좋은 점이 많다. 홍시는 약간 내성적인 성격에 겁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홍시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친구와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어느새 친구와 같이 모험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있고, 작은 행동들 하나하나가 적극적인 아이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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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정양은 홍시에게 친구와 같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 중이긴 하지만 결국 홍시에게는 진짜 또래의 친구가 필요하다. 언젠가 나중에 엄마, 아빠보다 친구를 더 찾는 시기가 오면 약간은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홍시가 친구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마냥 기분이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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