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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열풍과 아빠의 걱정

과연 챗GPT 는 우리에게 선물일까?

by 허군

요즘 진짜 핫한 키워드 하나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지브리’랑 ‘챗GPT’다. 사실 생성형 ai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지금처럼 일상 속에서 누구나 쉽게 써볼 수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며칠 전부터 나랑 정양, 그리고 주변 지인들까지 하나둘씩 지브리 스타일 사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ai로 만든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인물 사진을 공유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처음엔 신기했다.

한 장의 사진을 넣으면 순식간에 내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변해 있었다. 나도 홍시 사진으로 여러 번 시도해 봤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이웃집 토토로’ 같은 애니 속 세상에 들어간 것처럼, 아이의 표정도 배경도 너무나도 동화 같았다. 그걸로 네 컷 만화도 만들어봤고, 배경만 바꾸면 금세 또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사실 이 정도 퀄리티의 결과물을 예전 같았으면 최소한 몇 날 며칠을 투자하고, 그림 실력도 있어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과정을 ai가 ‘30초’ 만에 끝내준다. 정말 편하고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와, 진짜 대박’이라고 감탄하고 있을 때, 문득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그 시작은 ‘지브리 저작권’ 뉴스였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그림이 원작자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한 경우, 과연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물론 아직은 법적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았고, 그 경계가 애매하다는 말도 많았다. 하지만 나한텐 그보다 더 큰 물음표가 생겼다.

“이렇게 아무런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얻는 세상이, 정말 좋은 걸까?”

아이에게도 지브리풍 사진을 보여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만든 거야”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내가 한 건 없다. 그냥 사진 하나 넣고, 버튼 하나 눌렀을 뿐이다. 그런데 결과물은 감탄이 나올 만큼 훌륭하다. 그걸 보며 홍시도 좋아했지만, 혼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 아이들은 뭔가를 스스로 만들려고 할까?”



내가 어릴 때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선 시간이 들고, 노력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성장이라는 걸 배웠다. 처음에는 안 되던 게 반복을 통해 조금씩 나아졌고, 어느 순간 성취라는 보상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데 지금의 ai 시대에는 이런 노력과 보상이 너무 빠르게 사라지는 것 같았다. 물론 시대는 변하고, 기술은 발전해야 한다. 그걸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술이 너무 앞서 나가버린 지금, 아이들이 ‘노력의 가치’를 제대로 경험해 보기도 전에 그 단어 자체가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홍시는 손재주가 좋은 편이고, 관찰력이 뛰어나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이 있다. 그런 아이라서 더욱더, 이런 ai 도구들이 자칫하면 아이의 가능성을 빼앗을까 걱정이 됐다. 쉽게 얻는 즐거움이, 아이에게 잠깐의 흥미는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나는 굳이 안 해도 되잖아’라는 인식만 심어줄까 봐 무서웠다.

그렇다고 지금의 흐름을 완전히 부정할 순 없다. 오히려 ai를 못 다루게 하면 아이가 시대에 뒤처질지도 모른다. 나중에 커서 친구들이 다 쓰는 도구를 혼자 모른다면, 그것 역시 또 다른 불이익일 수 있다.

아이에게 ai의 편리함을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네가 직접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일인 것 같다. 그게 진짜 교육이고,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가치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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