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렸지만, 가장 따뜻한 정답
유치원에서 ‘유퀴즈’라는 이름의 초청행사가 열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들이 반 친구들과 함께 퀴즈를 풀고 맞히는 활동을 학부모들이 직접 참관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아쉽게도 나는 회사 일로 참석하지 못했고, 와이프에게 행사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진행 방식은 선생님이 문제를 내면 아이들은 O인지 X인지 선택해 자리를 옮기는 식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문제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선생님이 “우리 반은 총 20명이다”라는 문제를 내자, 아이들 대부분은 고민 없이 O 쪽으로 이동했다. 그때 홍시는 혼자 O와 X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한참을 망설이더니 결국 X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문제에서 유일하게 탈락하게 되었다.
와이프는 아이가 마지막에 메달을 받지 못해 조금 속상했을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대견했다. 모두가 한 방향을 택할 때, 혼자 다른 방향을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들도 군중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아이는 자기 생각을 믿고 행동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졌다.
그래서 퇴근길에 스타필드에 들렀다. 장난감 코너를 돌아다니다가 아들이 좋아할 만한 레고 미니피규어 하나를 골랐다. 오늘 아빠가 주는 ‘소신 금메달’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오늘 유치원에서 보여준 모습이 정말 멋졌어.” 그리고 준비해 온 메달을 목에 걸어줬다. 아이는 살짝 웃으며 부끄러운 듯 기뻐했다.
기분 좋게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이야기했다. 와이프가 아이에게 물었다. “마지막 문제에서 왜 그렇게 고민했어?”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선생님이 우리 반은 20명이라고 했는데… 나는 선생님도 우리 반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21명이라고 생각했거든.”
아이의 대답을 듣는 순간 와이프와 나는 입을 벌린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7살 아이가 이렇게 깊이 있는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나는 단지 소신 있는 행동을 칭찬해 주려고 했었는데, 아이는 더 멋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선생님도 같은 반의 구성원이라는 생각까지 하다니 너무 멋진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고 창의적이다. 그리고 나랑 와이프는 그런 순수하고 창의적인 아이의 생각을 믿어주고 응원해 주면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을 계기로 한 번 더 아이가 앞으로도 오늘과 같은 멋진 생각을 끊임없이 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