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읽어주면 되는 줄 알았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아이에게 많은 동화책을 읽어준다. 나 역시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돌이켜보니 조금 후회스러운 점이 하나 있었다. 예전 나는 아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동화책을 읽어줄 때 조금 어렵게 느껴질 만한 단어나 반복되는 표현들을 생략하며 읽곤 했다. 아직은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일 것 같기도 했고, 아무리 읽어줘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땐 아직 한글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몇 단어쯤 빼고 읽어준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읽은 책에서, 마치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콕 찌르는 한 문장을 만나게 됐다.
그림책을 읽어주며 사용되는 언어는 일상어와 다르게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세련된 단어와 표현으로 이뤄져 추상성을 띱니다. 다시 말해, 평상시 아이가 나누는 대화와는 달리 아름답게 음미할 수 있는 말을 듣고 읽는 기회가 됩니다.
《하버드에서 배운 최강의 책 육아》, 가토 에이코
예전 내 모습을 떠올리며 조용히 반성하게 됐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듯 읽어주려고 한다.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주인공의 감정까지 담아 최대한 예쁘게 읽어주는 중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평소 집에서 나누는 대화와 그림책 속의 언어는 확실히 다르다. 일상 대화가 ‘의사소통’이라는 기능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그림책 속 언어는 아이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일상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아름답고 풍부한 표현들을 통해 언어의 결을 느끼게 해 준다.
앞으로는 아들과 책 읽는 시간을 더욱 많이 가져보려 한다. 책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고운 표현들, 아름다운 문장들을 마음껏 들려주며 아이가 책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 아이의 말이 더 풍성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