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부모들에게서 배운 것
요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AI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사람보다 더 똑똑해질 거야!” 하는 말들을 듣고 있으면 신기함보다 왠지 모를 복잡함이 머리를 스친다. 변화가 빠른 시대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AI가 본격적으로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는 사실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또 당혹스럽다.
그럴 때면 문득 우리 아이의 미래가 떠오른다. 나는 어떤 세상을 살아왔고 아이는 또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내가 교과서처럼 믿고 따르던 기준들은 과연 앞으로도 유효할까. 예전에는 잘하는 것,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 부족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요즘 자주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앞으로 아이에게 뭘 가르쳐야 할까?”
수학일까, 영어일까, 아니면 코딩 같은 기술들일까.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요즘 진심으로 믿게 된 한 가지는 조금 다르다. 바로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스탠퍼드의 뇌과학자 김보경 박사가 했던 말이 깊이 남았다.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은 완벽한 준비보다 시도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이 아이의 뇌를 성장시킵니다.” 이 말이 나를 멈춰 세웠다.
생각해 보면 AI 시대에는 정답보다 중요한 것이 ‘시도해 보는 힘’이 아닐까 싶다. 기존의 틀 안에서 최고가 되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 실패를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더 빛나는 시대. 어제는 실패라 여겨졌던 방식이 내일은 예상치 못한 성공을 낳기도 하고, 지금은 틀렸다고 무시당한 아이디어가 언젠가 판을 뒤엎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도와주려 한다. 시도했다는 이유로 혼나지 않고, 넘어졌을 때 “괜찮아, 다시 해보자”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집. 바로 그런 집이 아이의 뇌를 자라게 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는 힘을 길러주는 공간이라는 믿고 있다. 김보경 박사의 말처럼, 실패를 허용하는 집이 아이를 더 건강하게, 더 강하게 만든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아이, 그런 아이로 자라는 게 이 복잡한 시대를 살아내는 진짜 힘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도 다시 다짐해 본다.
언제나 실패해도 괜찮은 집을 만들어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