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hyo Jan 01. 2022

어느 곳이 지옥인지 알 수 없었다


"넌 여기서 나갈 이유가 있지만, 난 없어  


여기서 나가면 뭘 할까? 생각을 해봤다? 난 없어  


이유가 있는 사람이 나가는 게 맞잖아" 



오징어 게임의 지영이 구슬치기 후 새벽에게 하는 말이다. 지영과 새벽은 구슬치기 게임을 하기 전에 새벽은 지영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오징어 게임에서 탈출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 그 이후 밤마다 지영은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새벽처럼 엄마를 찾는 일, 동생과 함께 사는 일 등 하지만 지영은 살아야 할 삶의 이유가 없었다. 결국 둘의 구슬치기 당일 지영은 새벽과의 게임에서 구슬을 일부러 놓친다.  




(지영) "여기서 구슬을 던져서 저 벽에 가깝게 던지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어때?" 


(새벽) "새벽이야. 뭐가? 내 이름. 강새벽" 


(지영) "새벽. 좋다"  


(새벽) "너는? 지영. 성은?"  


(지영) "없어, 그런 거"  




(새벽) "누가 먼저 할까?" 



(지영) "네가 먼저 해. 번호도 네가 빠르 잖아." 



........



(새벽) "너 뭐 하는 거야?" 


(지영) "내가 졌네?" 


(새벽) "너 뭐하는 짓이냐고?" 


(지영)"아, 구슬을 그냥 놓쳤어" 


(새벽) "이거냐? 무조건 이기게 해 준다는 게? 


너 이런다고 내가 고마워할 줄 알지? 다시 던져" 




(지영)"나 다시 던져도 너 못 이겨 


아, 그냥 좀 멋있게 좀 지게 해줘라." 




(새벽) "혼자 개 폼 잡지 말고 다시 던지라고!"  




(지영) "난 없어" 


(새벽) "뭐?" 


(지영) "너는 여기서 나갈 이유가 있지만, 난 없어. 여기서 나가면 뭘 할까. 네가 물어본 다음부터 계속 생각을 해봤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안 나.  




이유가 있는 사람이 나가는 게 맞잖아.  




그게 맞잖아  




너는 꼭 살아서 나가 




그래서 엄마도 만나고, 동생도 찾고 제주도에도 꼭 가고" 








결국 240번 탈락. 새벽은 지영을 잃는다.  




어느 곳이 지옥인지 몰라서 참가자들이 다시 오징어 게임에 몰린다. 대출 빛, 병원비등 감당이 안 되는 빛부터, 대출, 이자 문제, 학자금. 사는 게 너무 버거워 눈을 뜰 때마다 다 내려놓고 싶은 순간들이 문뜩문뜩 찾아온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열을 올리고, 매주 로또를 사면서 1주일간의 행복을 느낀다. 구매의 대가로 1주일간의 상상계획 그리고, 미래에 대한 꿈을 설계해본다.  


1주일이 지나면 끝이 나겠지만, 또다시 1등이 된다면? 집도 사고, 빚도 갚고 현재 애인과 결혼할 계획도 세워본다.  


회사 안도 회사 밖도 지옥이었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일의 80% 이상을 가장 하기 싫은 것을 위해 써야 하기도 한다. 매일 하는 반복된 루틴들이 무너지게 하고 결국 버티다 버티다 내가 소진되어 버린다. 그런데 퇴사하면 천국을 찾을까?  



우리는 그냥 단지 그냥 하루에 한 번 웃고 싶었는지 모른다.  

단지 매일 저녁에 제시간에 잠을 자고, 제 때에 밥을 먹고, 그리고 적당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 사소한 것이 이렇게나 큰 일이었던 것일까? 


나를 바꿀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취업이든, 여행이든, 연애든, 공부든 사업이든 어떤 형태의 어떤 모양이던지 간에,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 그것을 찾아야 했다.  


간절해져서 아침에 눈이 떠질 만한 그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내 안의 '나'가 밖으로 나올 그 무엇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황하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