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양연화

32시간의 버스, 페루 리마로

During the trip

by Minhyo

에콰도르 키토와 래프팅 천국 바뇨스에서의 시간을 보낸 후 나는 또다시 버스를 타고 육로로 페루에 들어오게 되었다. 페루로 가는 버스 예약을 하면서도 32시간이라는 버스 여정 시간을 보고 서 내 눈을 의심하였다.


4월 8일 낮 2시에 출발하는데 도착시간을 보니 4월 9일 저녁 6시였다. (실제로 저녁 8시에 도착을 하여 30시간의 여정이 된 것이다)



버스에서는 기내식이 3번 나온다. 버스에는 승무원이 따로 있다.버스 내에서 영화도 볼 수 있고, 담요와 헤드폰 베개까지 주며, 화장실도 있다. 버스를 타는 절차도 비행기 수속 절차와 비슷하다.일정량의 짐만 붙일 수 있고, 수화물 무게가 초과할 경우 따로 추가금을 내야 한다.


남미는 육로로 이동하는 버스가 많이 발달되어있다. 기차 편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고, 거의 여행객들 대부 분은 저가항공이나 버스를 이용해서 도시 별 이동을 하고 있었다. 콜롬비아부터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까지는 물가가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경우 물가가 비싸기 때 문에 칠레부터는 오히려 일찍 비행기를 예매하는 교통편이 버스보다 더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



내가 탄 버스 이름은 크루즈 델 수르였다. 남미 내에서 꽤나 비싼 값을 자랑했는데, 그것 때문인지 30시간의 버스 여정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 도착하여 2박을 보낸 후 또 다른 도시인 와라즈로 향하였다.


리마는 여름인데, 와라즈는 겨울이었다. 하루 만에 바뀌는 날씨 때문에 캐리어 안에서 패딩을 꺼내 입었다. 와라즈에서는 보통 산행 투어를 많이 하는데 첫 번째가 파스 토스 투리 빙하투어 두 번째는 파 라 마운트 투어 세 번째는 69 호수 투어였다. 순서대로 난이도가 올라가는데, 나는 첫 번째와 세 번째 를 하였다. 파스 토스 투리 빙하투어에서의 나의 첫인상은 바로 “고산증”이었다.


고산증에 도움이 되는 코카잎


파스 토스 투리 빙하투어는 와라즈 호스텔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바로 하게 되었다.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고 들었지만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방심하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전에 한국에서 준비해 간 고산 병약을 먹고, 코카잎도 계속 씹고 물도 자주 마셨고, 초반에 버스를 타고서 강부터,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시간까지는 괜찮았다. ‘스스로 고산증을 잘 견디는 건가?’ 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후였다. 나름 긴장을 풀었던 건지, 고산병이 나에게 꽤나 견디기 어려웠던 것인지는 모 르겠지만 갑자기 어느 순간 숨이 탁 막혔다.


숨이 쉬어지지 않으니, 걷는 것은 당연히 무리였고, 투어 무리에서 나는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을 느꼈다. 내가 멈췄던 지점을 돌아보니 모두들 멈췄 다 섰 다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걸을 뿐 가이드를 제외하고 서는 전혀 속력을 내지 않는 곳이었 다.


고산지대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마음에 숨을 쉬어 보 려 했지만, 그게 되지 않았다. 뒤늦게 나를 발견한 가이드가 내 옆으로 와서 괜찮은지를 물었고, 나는 괜찮다고 하였지만 걸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내 상태를 알게 된 가이드는 나에게 호흡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빠르게 숨을 뱉는 것이 아닌, 천천히 크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뱉는 연습을 알려주었다. 가이드를 따라서 5번 정도 크고 깊게 들숨과 날숨을 하다 보니 다시금 호흡이 진정이 되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서 아주 조금씩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걸음을 걸어갔다.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목적지에, 빙하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건지? 있기는 한 건지? 고개를 내밀어도 끝도 없는 여정이었다. 가벼운 트레킹이라고 들었는데, 숨이 안 쉬어지니 죽을 것 만 같았다. 그렇게 언제 끝나나 힘들어하고 있을 때,



“이효민 빙하야!” 같이 여행을 온 친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빙하라니, 저곳 까지만 가면 이 여정이 끝이구나’


끝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고 나서부터 왠지 모를 힘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기분에서 갑자기 보트가 나타나 좀만 더 힘내서 보트 줄을 잡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상에 도착하였다. 막상 정상에 도착을 하니, 호흡도 오히려 진정이 되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호수를 바라보면서, 빙하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그 후 투어를 마치고서 버스를 타고 와라즈 호스텔에 들어왔다.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라는 안 도감을 느낀 후 숙소로 들어갔다. 저녁을 먹기 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였고, 저녁을 먹으러 호 스텔의 kitchen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키친으로 올라가게 되니, 각국의 여행자들이 저녁을 먹으려 고 준비 중이었다.


나는 단순히 저녁만 먹을 줄 알았던 그곳에서 앞으로 벌어질 유쾌한 시간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취미 calligraphy



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마땅한 취미가 없었던 나는, 당장에 할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안 는 캘리그래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여행을 준비하면서 7월부터 8월까지 약 2달 동안 홍대 학원에 있는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캘리그래피 과정을 행하였다.

캘리그래피를 취미로 갖은 이유는, 첫째, 금방 배울 수 있고 두 번째는 나의 강점인 한글을 이용해 서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여행을 다니면서도 붓 펜과 종이만 있다면, 언제든 지 어디서나 캘리그래피를 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한글은 흔한 글자이지만, 외국을 나가는 나에게는 강점이 되었다. 그렇게 붓 펜으로 엽서 위에다 그림을 그리듯이 끄적였던 연습 물들이 와라즈에서 나에게 재미난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썻던 캘리그라피


와라즈에서 첫날 나에게 오일을 빌려주었던 잭이라는 여행객이 있었다. 마침 그가 저녁을 다 먹 은 후 키친에서 쉬고 있길래, 나는 잭과 나란히 마주 보는 소파에 앉았다.그리고서 나는 붓 펜을 꺼내어 엽서 위에다가 “와라즈, 수에르떼(와라즈에서 행운을 빌어요 라는 뜻의 스페인어 발음)”라고 한글로 캘리그래피를 적었다. 나의 붓 펜과 손놀림에 눈길이 갔던 잭은 이내 나의 엽서를 한동안 응시하였다.


와라즈, 수에르떼”를 다 적은 후 나는 잭에게 말을 걸었다


“잭, 너의 full name을 알려줘”

그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더니, “잭 니클라우스”라는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나는 한글의 발음 그대로 캘리그래피에 그것들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서 맨 아래에 나의 이름을 적고서 잭에게 어제 빌려준 오일에 대한 답례로 선물을 주었다. 잭은 예상치 못한 선물에 감동을 하였고, 나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자신들의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해 주었다. 잭 옆에 있던 스페인 친구’ 가브리엘라’부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독일 친구와 영국친구 그리고 스위스에서 온 친구까지 나는 잭을 통해서 인사를 나누며, 그들에게 엽서라는 선물을 주었다. 대가 없이 주는 선물의 즐거움은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는 여행자들만의 시간을 행복으로 만들어준다. 우리 테이 블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여행객들과 만나게 되었는데, 나는 앞으로의 여행장소를 통해서 그들과 교감하거나, 나의 이름을 독일어, 스위스 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를 통 해서 듣는 경험을 가졌다.



이름이란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나 자신을 가장 잘 대변할 수도 있는 특별한 한 가지이다. 세상에 수많은 동명의 이름이 있더라도, 나라는 존재와 결합된 이름은 단 하나이다. 페루에서도 대한민국에서도 나의 이름은 소중했고, 나라는 존재는 가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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