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서
사전 정의에 따르면 나라와 나라의 영역을 가르는 경계를 국경이라 한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북위 38도선 군사 분계선 때문에 나는 국경을 한 번도 넘어본 적이 없었다.
2018년 4월 1일 나는 처음으로 ‘걸어서 국경 넘기’를 하게 되었다. 첫 남미 여행지의 시작을 콜롬비아로 하며, 2박 3일 동안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콜롬비아 보고타 여행을 마친 뒤, 에콰도르로 향하는 버스표를 예매하였다. 한국에서 버스 티켓을 내내 찾지 못하다가, 결국 보고타 호스텔 숙소에서 만난 미국인의 도움으로 BUSBUD라는 버스 통합예매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이 사이트를 발견한 것이 나에게 얼마나 단비 같은 소식이었는지 후에도 남미 여행 중 버스 예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위의 사이트를 들어가서 자주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에콰도르 키토까지 가는 육로 여정은 보고타에서 이피알레스, 이피알레스에서 국경 넘고 툴칸, 툴칸에서 키토로 이동하는 여정이다.
보고타 터미널에서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여 다음날 새벽 6시 30분에 도착하는 22시간의 버스를 타고서 국경 근처 이피알레스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이미그레이션 심사를 마친 뒤, 저 멀리 보이는 콜롬비아 에콰도르 국경으로 걸어갔다.
초록색 간판 위로 “Gracias por visitor la Republica de COLOMBIA”라고 쓰여 있는 콜롬비아 간판과 파란색 간판 위로 “Bienvenido a la Republica de ECUADOR’라고 쓰여 있는 에콰도르 간판이 가깝게 마주한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땅 위에 인위적으로 그어진 선을 중심으로 많은 것들이 변한다.
화폐부터, 물가, 입국도장과, 옷차림, 사람들의 생김새까지 단 하나의 선을 중심으로 바뀌는 이 상황들이 참으로 이상했다. 한 나라의 여행이 끝났다는 것은 다른 나라 여행이 시작됨을 말해주었고, 어딘가를 떠난 다는 것은 새로운 곳으로 들어 감을 의미하였다. 누군가에게 작별을 건넨 다는 것은 곧이어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된다는 것. 하나의 공간 속에서 보였던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간판들은 나에게 많은 사색을 안겨주었다.
국경을 걸어가고 난 뒤, 툴칸 버스터미널에서 키토행으로 버스를 예매하였다. 대략 5시간 정도가 걸리는 여정이었는데, 그전에 22시간 버스를 타고 온 뒤 여서 그런지 5시간 버스를 타는 것은 많이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키토에서의 첫날, 나는 적도 박물관을 향해 가고 있었다.
“엄청 덥겠지?”라고 속으로 외치며, 머릿속으로 어떤 여름옷을 입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4월의 에콰도르는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었는데, 비 때문에 날씨가 선선한 줄 알았다. 버스를 타고서 적도 박물관에 가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날씨가 쌀쌀했고, 현지인들의 옷차림도 내 예상과는 다르게 꽤나 두꺼웠다 나중에 적도 근처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에콰도르는 나라 이름 자체가 적도를 뜻하고 있으며, 날씨는 해발고도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도가 낮을 경우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더운 날씨에 해당되지만, 에콰도르의 경우 해발고도가 높기 때문에 적도여도 날이 선선했다. 내가 있을 당시 에콰도르는 여행 철수지역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국경 사이에서 문제들이 많았고 도시 내에서 치안상태도 심했다고 듣게 되었다.
안 좋은 일들은 꼬리를 무는 것일까? 키토를 떠나기 전날 호스텔이 흔들렸다. 지진이다.
나는 처음으로 건물이 흔들림을 느끼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강도 6의 지진이었다. 다행히 크게 흔들리거나, 심하지 않아서 화를 면할 수 있었지만, 하마터면 여행의 종료뿐 아니라 정말 큰일이 낫겠다 싶었다.
여행 중 만나는 자연들은 나에게 현재의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다.
이 삶이 계속될 것이라고 마냥 믿고 만 있는 나에게 정신 차리라는 듯 그렇게 알려주었다.
자연이 알려주는 가르침을 무시하지 않고 기억하는 것, 여행자로서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