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동안의 트래킹이 나에게 알려준 중요한 교훈
“4600m 해발고도 Laguna 트레킹”
69번째로 발견이 되어서 69호 수라는 이름이 붙게 된 와스카란 국립공원의 호수 중 한 곳이다. 전날 파스 토스 투리 빙하의 해발고도를 맛보고 나서, 나는 슬슬 고산증이란 것이 무서워졌다. 우선 Laguna 69 호수 투어를 할 경우, 준비물을 적어주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트레킹화, 방수복, 배낭, 여분의 간식, 물 2L, 코카 잎, 고산병 약”
‘아니 물이 2L가 필요하다고?’ 속으로 준비물을 보고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블로그를 통해서 대략 사람들의 왕복 트레킹 시간을 알게 되었는데 7~8시간 정도로 꽤나 긴 거 리였다. 우선 트레킹 시작시간이 새벽 5시부터 집합이었다. 새벽 4시 35분에 일어나서 가방을 싸고, 5시에 숙소 앞에 있는 벤 을 탔다. 차량은 와라즈 시내를 벗어나서 3~4시간 정도 뒤에 국립공원 앞에서 내리게 되었는데 중간에 휴게소 같은 장소로 이동하여 아침을 먹을 사람들은 먹고, 안 먹는 사람들은 화장실만 다녀오는 자유시간을 가졌다. 아침식사 후 트레킹 시작점으로 도착을 하니 9시 17분이었다. 이제 정말 안데스 산을 오른다고 생각하니, 난이도가 상이라는 생각밖에 들 지 않았으며, 속으로 드는 걱정들이 멈춰지지는 않았다.
‘그래, 뭐 중도포기만 하지 말자”, “늦어져도, 가장 꼴찌로 들어와도 포기는 하지 말자” 그렇게 속으로 외치며 산행을 시작하였다.
처음 걷는 30분 정도의 길은 그냥 말 그대로 산행이었다. 특별히 고산이 있지 도 않았고, 자연을 보면서 소들이 풀 뜯는 모습도 구경하고, 주변에 계곡물 흐르는 소리, 폭포수 전부 다 느끼면서 걸어가는 시간들이었다. 한 10분 더 걸어가니, 이번에는 내 옆으로 소 한 마리가 지나갔다. “참, 자연 친 화적이다’라고 느끼면서 산행을 이어 나갔다. 1시간 반쯤 걸었을까? 이제 슬슬 가방의 무게가 느 껴지면서, 걸음이 더뎌졌고, 더불어 길도 더 구불구불하며 걷기 어려운 상황들과 계속 마주하였 다.
길거리마다 크게 크게 있는 진흙들이 소 똥인 경우가 많았고, 냇가를 건너려 다 돌길에 미끄러질 뻔도 하였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면서, 콧물은 왜 이렇게 흐르던지, 결국 가지고 왔던 휴 지를 다 쓰게 되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더 걷고 나니까, 이번에는 계속 올라가는 오르막길이 보였 다. 점점 더 올라가면 갈수록 숨 쉬는데 힘들어졌는데, 고도가 높은 곳에 와있다 라는 느낌이 직 감적으로 들었다. 한참을 걸어서 잠시 평지가 나오게 되어 숨을 고르니, 웬 호수가 보였다.
‘벌써 도착했나?’ ‘어? 그런데 이 호수에는 왜 사람이 별로 없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현 위치가 어 디인지 궁금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중간에 만났던 호수는 69 호수를 가는 도중에 볼 수 있었던 국립공원 내의 400여 개의 호수 중 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 호수를 지나고 나니, 산 위쪽으로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보였다.
‘역시나 그럴 줄 알았 어.’ 겸연쩍게 웃으며 나도 다시 목표지점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사람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니 아직도 트레킹이 한참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 오르고 내리 고를 반복하면서, 트레킹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평지에 한 번 더 오게 되었다. 눈 앞에 보이는 먼산을 바라보니, 저 너머로 아주 조그마한 트래커들이 무리 지 어 보였다. ‘저곳까지 도달하더라도 끝이 아니구나’를 느끼면서,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힘들지만, 힘을 내보자고 스스로에게 말하였다.
‘남과의 속도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내속도를 잃게 된다’ 내가 트래킹을 하면서 되새겼던 말이다.
그렇게 2시간 반 정도를 지났을까? 맨 처음에 나보다 앞서갔던 여행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였 다. 물론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던 여성지원자들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서 올라간 길에 서 멈춰 있는 사람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후에 정상을 오르면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 데, 그중 에서는 나보다 먼저 시작을 했던 사람도 있었고, 나보다 늦게 올라온 경우도 있었다. 내 가 쉴 때도 있었고, 그들이 멈출 때도 있었다. 나는 트레킹 상황들을 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들었 다.
내가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세상은 나보다 항상 빠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내가 새벽 4시 30 분에 일어나서 5시까지 준비를 마쳤지만, 그날 국립공원에서는 이미 트레킹을 시작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경주라고 생각하거나 race라고 생각을 한다면 내 스스 로가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킹을 시작하면서 나보다 뒤처졌던 사람들이 다시 앞으로 가는 모습도 정말 많았고, 나보다 앞서갔던 사람들이 힘들어서 쉬고 있는 모습도 여러 번 보 앗다. 누군가를 쫓아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필요가 없고 그냥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 하고자 하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인생에서 그리고 삶의 여정에서 각자가 해야 할 몫들이 있다. 그리고 그 몫은 각자가 다르다.
우리는 자신의 몫을 찾아야 하고,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정진해 나아가야 하며, 각자의 역할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내가 7시간 정도의 트레킹을 끝내면서 배웠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