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양연화

유럽에서 처음으로 소매치기를 당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by Minhyo


전날 마드리드에서 밤 10시에 야간 버스를 타고서 새벽 5시 30분에 바르셀로나 Santa역에 도착하였다. 6월의 스페인은 해가 길고, 춥지 않았는데 새벽의 야간 버스에서 틀어 놓인 에어컨 때문인 지 버스 내에서 밤새 동안 추위와 싸우게 되었다. 불행히도 힙색을 제외하고서, 모든 짐들을 버스 아래 짐칸에다 실어 두어서 꺼내어 입을 수 있는 옷조차도 없던 것이었다. 그렇게 새벽 5시, 원래 예정된 도착 시간이었는데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아 눈을 감고서 목적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5시 30분, 밤 10시에 출발한 버스가 드디어 바르셀로나 역에 도착하였다. 버스가 바르셀로 나역에 정차하여, 나와 언니는 힙색을 메고서 버스를 내렸다. 버스기사가 내려서 짐칸을 열어주 었고, 기사가 버스에서 꺼내는 배낭과 캐리어들을 하나씩 보게 되었다. 주황색의 배낭과 검은색의 캐리어, 내 짐이 나오는 것을 보고서 나도 버스 앞쪽으로 가서 배낭과 캐리어를 챙겨 두엇 다.


내 위치는 버스와 굉장히 붙어있는 곳에서 짐을 받았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언니가 나와 굉장히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얼른 짐 정리를 해서 이따가 옆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우선,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배낭 안에 있는 남방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하고서, 내 발아래에 캐리어를 두었다. 배낭을 열어, 남방을 꺼내고서 배낭을 잠갔다. 그리고서 옷을 입을 생각에 겉옷을 잠시 벗어 두고 힙색을 큰 배낭 위에 캐리어 사이에 가까이 두었다. 남방을 얼른 입고서, 외투를 잡는 순 간,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툭툭’




‘뭐 지?‘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웬 중국인이 중국말로 말을 걸었던 것이다.




그는 중국말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바르셀로나 Santa역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못 알아듣겠다는 표시와 함께 다시 가방을 챙기려고 앞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아뿔싸’ ‘내 힙색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큰 배낭과 캐리어 사이 발아래에 두었는데, 정확히 힙색만 사라진 것이다.

당황했다. 이게 유럽에서 말로만 듣던 소매치기라는 생각이 머리 위로 지나갔다.



너무 놀라서 나에게 말을 걸었던 중국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가 미친 듯이 버스 뒤로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언니에게 나머지 짐을 맡긴다고 부탁하고서, 그를 향해서 달려갔다.



내가 뛰어갔는데도, 어딘가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고, 그들이 조직단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여행이 끝나가는 시점에 알게 되었다. 한 명이 앞에서 시선을 끌면, 다른 2명이 물건을 훔쳐서 달아나 는 경우였던 것이다. 남미에서도 이러한 소매치기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조심해왔었는데, 유럽에서 새벽 5시 30분에 당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하였다.



야간 버스를 타고 와서 꽤나 비몽사몽 한 상황이었는데, 단번에 잠이 깨 버렸다. 그리고 잠시 멈춰서 생각을 하였다. 우선 확실한 건 나는 힙색에 담김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휴대폰부터, 치아 교정기, 여권사본, 한국 유심칩, 이어폰 모자 등이었다. 야간 버스 이 동시, 앞 가방을 훔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기에, 전날 밤에 여권과 카드지갑은 모두 캐리어 안에 넣어두었는데 그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순간에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보다 여권과 카드지갑이 아직 있던 것에 감사하였다. 그리고 범인을 찾는다고 한들, 나의 가방을 가져간 범인의 얼굴을 모를뿐더러 그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상황판단을 내리고서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휴대폰과 한국 유심칩”을 제외하고 서는 다 잃어버려도 괜찮은 물건이었다.


다만 여권사본은 개인정보가 있기에 불안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부분이라서 어쩔 수는 없다. 새벽 5시 30분에 도착하여 지금 시간은 6시 10분이다. 오늘 오후 3시에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입장을 예약하였고, 나는 내일 이곳을 떠나서 파리로 넘어간다.



즉, 나는 바르셀로나에서의 여유 시간이 단 하루도 채 안된다.


그래서 나는 언니에게 우선 바르셀로나 에어비앤비를 찾아서 먼저 숙소에 가자고 하였다. 그리고 휴대폰을 잃어버렸으니 정지할 부분들과 문제가 될 만한 점들을 찾아보자고 하였다. 숙소에 도착하여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은행 정지부터, 필요한 부분들을 점검하였다. 사실 여행 전에 휴대폰은 장기여행 정지를 신청하고 수 발신 정지를 신청 해 놓아서, 따로 분실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것과 상관없이 휴대폰을 분실 하 면 반드시 분실신고를 해야 한다. 나는 보름 정도 지나서 휴대폰 분실신고를 하였는데, 외국에서 휴대폰 분실 시 문제가 되었던 상황들을 보니, 발신정지를 안 할 경우 게임 이용료로 쓰이는 경우 가 많았고, 정지 신청이 아예 안되어 있다면 국제전화 요금이 폭탄으로 나가서 하루 만에 400만 원 을 잃어버린 경우도 허다했다. 휴대폰이 또 하나의 개인적인 신용카드였고, 실제로 유심칩은 전화 번호부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꺼내어 서, 엄마나 아빠로 등록된 가족 번호를 이용하여 카카오톡으 로 피싱에 이용되기도 한다. 카톡 피싱은 나의 경우에도 있었는데, 다행히 엄마 아빠가 언니에게 먼저 연락을 하여 무슨 일인지 물어보셨기 때문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날 하루 동안의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은 어찌 보면 하나의 사건이고 하나의 점이다. 그리고 그 하루를 결정해 나가는 것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나의 태도에 달려있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은 5%도 채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그것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95%로 달려있는 것이었 다.



울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후회하고 자책할 수 있었지만, 그 시간도 아까웠다. 나에게 중요한 건 다음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 그것이 중요했다. 아무래도 내가 여행 전 한 번의 큰일이 있어서 그랬는지 꽤나 담담하게 잘 대처했던 것 같았다. 만약에 나도 여행 전 트라우마가 없었 다면 아마 울 기도할 것이고, 자책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아래의 시는 내가 수험생활을 할 때부터 자주 보던 시인데, 휴대폰을 잃어버린 날에도 노트에 적혀 있는 시를 꺼내어 자주 보았었 다.


태도에 관한 시로 내가 자주 마음에 담는 시이기도 하다.




나에게 태도란,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며,

과거보다, 교육보다, 돈보다

처해진 상황보다, 실패 혹은 성공보다

다른 이들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그것은 외모보다 재능이나 기술보다 중요하며 그것은 회사, 교회, 집을 짓거나 파산시킬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 매일매일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타인의 어떠한 행동방식도 바꿀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을 바꿀 수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일은 우리가 맞이한 상황에서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의 태도이다.

인생은 내게 일어난 일 10%와 그것을 어떻게 맞이하는가 90%로 완성된다고 확신한다.


자신의 태도에 책임져야 할 사람은 오직 자신이다. -척 스윈돌-



2020년의 ‘내’가 2018년의 ‘나’를 바라볼 때 과거의 영향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순간의 후회도 아직은 남아 있으며, 분노, 좌절 또한 존재한다. 현재의 ‘나’를 만들어주는 순간순간들의 사건들은 단순히 과거에서 그치지 않고, 때때론 현재에까지 스며들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일이 기쁜 일이 건, 나쁜 일이건 간에 분명한 건 벌어질 일이 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와 단절하거나, 과거에 휩싸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음미함으로써 ‘현재’의 소중함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는 과거로 남아 있을 때 아름답다. 현재의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감수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현재도 언젠가 우리에게 아름다운 과거가 될 것이다.”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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