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양연화

스페인 세비야 , 손에서 놓는 연습을 배우다

유럽여행 스페인 세비야

by Minhyo


“오랜 시간 여행을 떠나보면 살면서 필요한 웬만한 것들은 60리터 배낭에 다 들어간다는 사실” 최갑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60리터 배낭이라고 하기에 여행 중 나의 짐은 꽤 많았다. 기내 용 캐리어 하나, 배낭 하나, 힙색 하나, 그리고 침낭 한 개까지. 이러한 짐들을 어깨에 짊어지고서 모로코 항구에서 스페인 타리파를 통해서 세비야라는 도시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알고 보니 세비야라는 지역은 스페인 왕조 이전에 이슬람 왕국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었기에, 곳곳에서 이슬람 문양의 전통 식기부터, 사원, 건축까지 볼 수 있었다. 세비야라는 곳이 조금 더 애착이 갔던 이유는 이곳을 시작으로 드디어 유럽여행이 시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어떠한 전환점과 같은 곳이었기에, 그에 맞는 짐 정리도 하자고 느껴서 인지, 버려야 할 항목들을 보게 되었다.



남미 필수 여행품 침낭



이전의 남미 여행지에서는 사실 침낭이 거의 필수였다. 숙소에서 이불이 너무 얇아 덥고 자는 경 우도 빈번했으며, 침대 위에 있다는 베드 버그라는 벌레 때문에 여행자들이 생필품처럼 여겼다. 특 히나 야간 버스를 탈 때는 냉동창고와 같은 추위 때문에 침낭을 여러 번 꺼내서 덮었던 기억이 난 다. 하지만 이제 유럽에서의 계절은 6월, 즉 여름이었고 더 이상 침낭이 필요하지는 않겠다는 판단을 내려서, 세비야 지역에서 침낭을 내려놓았다. 확실히 짐이 4개에서 3개로 줄고 나니, 신경 쓸 것도 덜하였고 비행기를 타는데도 꽤나 몸이 가뿐했다. 침낭 무게가 500g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그것 하나 없다는 이유로 어깨 통증도 서서히 나아짐을 느꼈다.



“왠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었을까?”



나에게 침낭이 사라지고 나니, 꽤나 많은 것들이 편해졌다. 굳이 없어도 되는 짐들을 끌고 다니면 서 신경 썼던 시간들이 떠올랐고, 침낭 이외의 어떠한 일부 짐들도 욕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데기도 그랬고, 휴대용 다리미도, 칠레에 받은 와인잔도 그러하였다. 정말 필요한 것들은 현지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으며, 살아가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그날 실감하게 되었다. 대부분 있으면 좋은 것들, 편리해지는 것들, 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일 뿐, 완벽하게 필요로 하는 것들은 꽤 많지가 않았던 것이다.



나에게 그러한 깨달음을 주었던 도시인만큼, 세비야라는 도시는, 스페인 국민들에게도 꽤나 큰 의 미를 가져다주는 도시였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의 열 번째 과업은 세계 서쪽 끝에 있는 에리 테이아 섬에 사는 게리온의 황소 떼를 몰고 오는 것이었다. 에리 테이아 섬이 오늘날의 세비야에 해당이 되는데, 스페인의 남부지역으로 북아프리카와 마주 보는 위치에, 대서양과 접근하기가 용이한 곳에 있다. 이곳 세비아는 7세기까지는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서기 711~1248년) 8세기부터 13세기까지는 무어(MOOR)인들의 지배를 받아 도 시 곳곳에 로마와 이슬람 문화의 건축양식들이 남아있다. 그 이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해상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면서, 예술 또한 전성기를 맞게 되고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투우와 플 라멩 고의 본고장이 이곳 이기도 하다. 여행을 다니면서도, 해산물이 풍부한 이곳 지리 덕분에, 꽤 나 눈호강을 할 수 있는 음식들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모든 음식들과 문화 그리고 풍습들은 지 리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몸소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의 불필요한 짐을 내려놓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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