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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hyo Sep 23. 2020

신탁에게 묻다, 그리스 아테네

만일, 당신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이제 드디어 유럽여행의 마지막 국가인 그리스의 아테네에 도착하였다. 나폴리에서 소렌토 그리고 아말피 해안까지 남부 투어를 마친 후 아테네 공항에 도착한 날 알아보기 어려운 그리스어에 여행국가가 바뀌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아테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지하철로 갈 수 있었으며, 숙소에서 아테네 관광지까지도 먼 거리가 아니었다.




아크로폴리스 광장



아테네 시내에서 아크로폴리스 관광지역으로 가는 길은 꽤나 가까운 거리여서, 도보로 전부 이동 이 가능하다. 고대 그리스는 서구 문명의 기틀을 다지고 주변국들에게 철학, 예술, 교육, 언어 등 큰 영향을 끼친 곳이었다. 아테네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가 바로 아크로폴리스인데, 그리스의 지형 자체가 반도와 섬이 많기에 폴리스라고 불리 어지는 도시국가들이 많이 형성될 수 있었다. 이렇게 그리스의 도시국가 중심지에 있는 언덕을 아크로폴리스라고 한다. 아크로가 ‘높은’을 뜻하는 형용사이며, 폴리스라는 도시국가와 합쳐진 단어가 되었다.



포세이돈 신전




아크로 폴리스에는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 나는 우선 로만 아고라를 관람한 후 아크로 폴리스로 향하였다. 입장을 하고 쭉 올라가니 프로필레아라는 길이 나온다. 프로필레아는 신전으로 통하는 길이며 이곳을 지나면 파르테논 신전과 에레크테이온 신전을 볼 수 있다. 프 로필 레아 문 자체에서 높이 18m가 넘는 거대한 기둥이 세워져 있으며, 이곳에 세워진 기둥 양식 은 도리아 식과 이오니아식으로 건설이 되었다. 그렇게 신전들과 아크로폴리스 전망대에 도착하 게 되었고, 날이 너무 더워서 디오니소스 극장을 보러 가기 전 잠시 쉼을 청했다.






7월의 그리스는 굉장히 더워서, 많은 관광객들도 아크로폴리스 전망대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나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멍하니 바로 앞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만을 바라보았다.



“신전이라....”



그리스인들에게 신전 그리고 신탁은 어떤 의미였을까? 몇 천년 전 당시의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이나, 삶에 있어서 자문을 구해야 할 때 신탁을 방문하였다. 신탁이란 사람이 신에게 미래의 일을 묻고, 그 대답이 내려지는 장소, 혹은 대답의 말 그 자체를 가리킨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 백과사전-그리스 무녀와 신관]


그리스에서도 여러 신전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유명한 곳 이 바로 델포이 신전이었다. 델포이 신탁 예언은 유명한 이야기가 많은데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 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도 델포이 신전의 예언이었다. 신 전에는 신탁을 받는 무녀와 신관이 있는데 델포이 신전의 무녀들은 피티아라고 (피톤의 딸) 불리어졌다.





아크로 폴리스에도 신전이 있었는데, 그 당시 사람들의 왕래가 이루어진 장소라고 생각을 하니, 느낌이 이상했다.


고대 리디아 왕국의 크로이소스 왕을 떠올리면서 여러 생각들이 지나갔는데, 크로이소스 왕은 스스 로가 정한 7개의 신탁 소중에서 가장 영험한 곳을 판단하기 위해서 실험을 하였다. 총 7개의 신 탁소에 각각 사절들을 보내어 왕이 지정한 날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무녀들에게 물어본 것이다.

신탁을 받고 돌아온 각 사절단의 답을 보자 그는 델포이 신탁이 가장 정확하게 맞힌 것 에 기뻐하였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인용한 델포이 무녀의 답변은 이렇다.

“나는 해변의 모래알을 세어 바다를 측량한다. 나는 벙어리의 말을 이해하며, 벙어리의 말을 듣는 다. 솥과 뚜껑이 모두 청동으로 만들어진 냄비 속에서 등딱지가 단단한 거북이가 양의 살코기와 함께 부글부글 거품을 일으키며 끓고 있는 냄새가 난다. “[그리스 인생학교]


크로이소스 왕은 지정한 날에 양고기와 거북이 찜 요리를 하고 있었기에, 델포이 신탁이 맞춘 사 실에 크게 기뻐하였다. 그 후에 크로이소스 왕은 델포이 신전에 공물을 내며 , 다시 한번 신전에 질문을 하였다.


“내가 페르시아를 공격해도 되겠는가?” 



크로이소스 왕이 질문을 구하였고, 여기에서 유명한 피티아의 답변이 내려온다.




“만약 페르시아로 진격을 하게 된다면, 강력한 제국 하나가 사라질 것이다”




크로이소스 왕은 이때 강력한 제국을 페르시아로 생각하여 전쟁을 하게 되었지만, 결국 사라진 제국은 자신의 나라 리디아였다.


이때 무녀들은 ‘제국이 멸망한다고 하였지, 그 나라가 페르시 아인지, 리디아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모호함의 틈새로 크로이소스 왕은 신탁에 자신의 해석을 넣었다. 동양도 그렇고 서양도 사람들은 인간의 힘으로만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고 여겨, 점을 보거나 신탁에 자문을 구하는 것 같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기에, 인간 대부분은 실패하지 않을 선택을 위해 신탁이나 점괘등을 통해서 앞날의 방향을 듣고자 한다.


고대시대뿐 아니라 현세에도 우리는 신년운세부터, 점, 사주, 궁합, 타로 등 여러 가지의 비슷한 행위들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것은 나약하고 무지한 인간 본성 때문에 신에게 의지하는 것 같다.



위의 그리스 신탁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느낀 바는 어떠한 운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자신 이 경험한 주관적 세계에 의해서 모든 것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고 느꼈다.



점과 관련된 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신탁이나 사주대로 미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 쩌면 바꿔야 하는 것은 머나먼 미래가 아니라 오늘 지금 이 시점일 수 있다.


당시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받았던 신탁이 ‘운명을 알려주는 예정된 일’이라고 하여도, 신탁을 받은 인간이 어떻게 해 나가는지에 따라서 운명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결국에는 무조건적인 믿음도 파멸을 가져다주기에, 인간 스스로가 자신 정한 축 위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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