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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팔이 Jul 09. 2023

사색이 필요해

정말 궁금한 게 아니라면, 이 글을 읽기보단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사색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사색이라는 말의 의미를 따져보면 ‘어떤 것’ 즉 사색할 대상을 ‘깊이’ 생각하고 그 이치를 ‘따지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컴퓨터 시간에 궁금한 것을 검색하면 알려주는 인터넷을 배웠습니다. 선생님께선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보가 많아서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댈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인터넷을 배우던 시절이 지나고 이젠 인터넷과 삶을 뗄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보의 바다가 유익한지 혹은 정확한지 여부를 떠나서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옴은 분명합니다.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슥슥 손가락을 올립니다. 귀여운 강아지도 나오고 유익한 1분 상식이나 가성비 신발, 정치 시사 뉴스까지, 똑똑한 컴퓨터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서 보여줍니다. 인터넷 검색은 필요한 정보를 찾으면 끝나지만 이건 애초에 정보가 필요해 들어온 것도 아니니 멈출 구실도 없습니다.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다 핸드폰을 내려놓으면 맛없는 반찬을 잔뜩 먹은 것처럼 배만 부릅니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혼자 사색에 잠길 자유를 빼앗겼는지도 모릅니다. 지하철에 앉아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몸과 마음이 지친 만큼 핸드폰을 바라보며 위로를 찾지만, 하루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다독일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 모릅니다.


    사색이 필요합니다. 혼자 고독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무엇이든 좋으니 어떤 것을 깊이 생각하고 그 이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나의 기분은 어땠나 깊이 생각하고 왜 그런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일 나의 하루는 어땠으면 좋겠나 깊이 생각하고 좋은 하루란 무엇일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나는 왜 그렇게 슬펐나 깊이 생각하고 상처가 얼마나 큰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의 바다엔 행복해지는 법, 갓생 사는 법, 성공하는 법, 게으름을 탈출하는 법, 상처받지 않는 법 따위가 넘칩니다. 내게 필요한 말이니 귀에 잘 들립니다. 누군가가 알려주는 방법도 좋지만, 사색하지 않으면 그저 듣기 좋은 말일뿐입니다. 마치 요리책에 실린 레시피가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직접 요리를 하지 않으면 그림일 뿐인 것처럼요.


    이 글도 사색이 필요한 이유와 사색하는 법 따위를 말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합니다. 사실 이 글은 스스로 하는 다짐과 비슷합니다. 나에게 사색할 시간을 주겠다는 약속입니다. 사색이라고 표현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별 거 없습니다.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잠시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가 떠드는 사람들, 빵 굽는 고양이, 지나가는 구름을 구경하다가 드는 이런저런 생각을 노트에 끄적이는 게 사색이라면 사색이겠죠. 


    행복한 삶의 열쇠를 찾아 남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만큼 자신의 마음속 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알아주길 오랜 시간 기다렸던 속마음이 당신에게 감동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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